독일
독일에 대해 논하다 보면 좀 난처한 부분이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이라는 국가가 확립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약 백오십년 전인 1871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였다. 그전까지는 수십 개의 소왕국과 공국으로 쪼개져 있었으며 이 구조 역시 불안정하여 경계가 자주 변했다. 그러므로 1871년 이전의 독일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개는 중세의 신성로마제국의 영토였던 곳을 지금 독일의 전신으로 본다. 신성로마제국이란 실체가 있던 국가가 아니고 독일계의 수많은 공국과 제후국들이 느슨하게 연합 체제를 이룬 상징적인 제국에 불과했다. 제후들 중에서 일곱 명의 대표가 프랑크푸르트에 모여 왕을 ‘선발’했으며 로마교황청이 인가하면 비로소 황제의 칭호를 썼다. 수도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고 어느 가문에서 황제를 배출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조금씩 달라졌으며 나라의 중심이 이동했다. 때로는 막데부르크가, 때로는 프라하가, 때로는 비엔나가 유리했다. 세력의 중심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던 중앙집권체제와는 달리 역사의 주역과 장소들이 늘 이동했다.
각 공국. 제후국이 각각 자기들의 수도를 별도로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결과로 특별히 크게 부각되는 도시는 없지만 전국의 도시 간에 큰 편차 없이 비교적 고른 문화수준을 가지게 된 독일적 특성을 낳게 했다. 이는 또한 독일이 중세이후에 조성된 성이나 궁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과는 전혀 반대의 현상을 보인다.
1813년 에른스트 모리츠 아른트(1769-1880)라는 시인이 “독일 조국의 노래”를 썼다. 모두 십 절로 되어 있는 긴 시에서 그는 독일이 대체 어디 있는 나라인지 스스로 묻는다. “프러시아가 독일인가, 슈바벤이 독일인가. 바이엘이 독일인가. 오스트리아가 독일인가. 아니 아니, 독일어를 쓰고 독일어로 노래를 부르는 그곳이 바로 독일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공국단위로 쪼개져 있는 당시의 상황을 비판하고 통일국가를 이룰 것을 종용하기 위해서 쓴 시였지만 독일역사를 고찰하려면 어디까지 범위를 정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독일어를 쓰는 곳”이라는 그의 대답을 정답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독일이라고 하면 이는 현재의 독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성로마제국 중 알프스 이북의 지역에 해당하는, 독일어를 쓰는 지역, 즉 지금의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일부를 말하고 있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독일의 공식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이며 모두 16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16개 주는 사실 자치권을 유지하며 별개의 국가들처럼 운영되며 구 신성로마제국 시대와 흡사한 연방 체제를 이루고 있다. 지리적으로 보아서 독일은 유럽 대륙의 중심부에 놓여 있으며 동으로는 폴랜드, 체코와 국경을 나란히 하고 있고 서로는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남으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북으로는 덴마크, 네덜란드와 인접해 있다. 여덟 개의 국가와 국경을 나란히 하고 있는 특이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중세부터 천 년이 넘는 오랜 “연방”의 체험이 바탕이 되어 독일은 협의와 협상을 통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는 데 있어 고도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은 독일의 복잡한 행정 제도에도 반영되어 있지만 계획 체계와 환경 정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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