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 정 희
“마돈나백합”은 가수 마돈나가 아니라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진 꽃이다. 마리아의 여러 상징적 의미 중에서 순결함과 성처녀라는 것을 상징한다. 마돈나 ma donna는 이태리어로 나의 여인my lady라는 뜻인데 중세에 독신으로 살아야 했던 사제들이 성모 마리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의 여인이라고 불렀고 그 이름이 마리아를 일컫는 또 다른 이름으로 정착되게끔 되었다. 마돈나에게 바쳐진 성당도 상당히 많지만 가톨릭계 국가에서 딸의 이름을 마리아라고 짓는 경우가 많다. 마리아가 마돈나이니 결국 그 중 하나가 세계적인 색스심볼이 될 줄이야 그 부모들도 짐작치 못했을 것이다. 그녀의 노래와 춤 그리고 퍼포먼스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위안을 주고 있으니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백합(百合)은 백합과 나리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산나리, 참나리, 하늘나리, 털중나리 등 국내 자생종도 상당히 많다. 대개는 빨간 색 혹은 주홍색에 검은 반점이 찍혀있는데 백합만은 유독 순백색에 노란 암술을 가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백합을 흰나리라고 해야 옳겠지만 어쩐지 백합이라고 불린다. 물론 꽃모양이 나리와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다. 나리보다 많이 크고 나팔모양이 더 완벽하다고나 할까. 백합의 백은 흰 백자가 아니라 숫자 백을 쓴다. 백가지 아름다움이 합쳐진 꽃이라는 뜻일까. 일찍이 마돈나, 즉 마리아에게 바쳐진 백합은 여러 백합 중에서 릴리움 칸디둠이라는 야생종이었다. 칸디둠은 “눈부시게 희다”는 뜻이다.
중세에 이미 식물에 대해 시를 지어 불렀던 사제 발라프리드 슈트라보는 마돈나 백합에 이르러 고민했다. “빛나는 백합, 그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시와 노래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백합의 흰색은 흰 눈의 눈부심이고 파리의 대리석보다 귀하며 그 향은 시바여왕의 숲과 같고 나드보다 향기롭다”고 했다. 나드라는 것은 인도 원산의 약초로 고대로부터 비싼 향유의 원료가 되었다. 성모 마리아가 아니고 이름만 같은 마리아라는 한 여인이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라고 했던 바로 그 나드이다. 요한복음 12장 3절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백합은 본시 숲에서 홀로 피는 꽃이다. 옛날에 사람들이 숲 속을 헤매다가 갑자기 어둠 속에서 희게 빛나는 백합을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꼭 여신이 강림했구나 싶지 않았을까? 식물에게는 다양한 이유로 상징성이 주어지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가 신격화된 식물은 세 가지밖에 없다. 연꽃과 백합과 장미다. 이들은 신비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세상이 아닌 신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꽃은 선사시대로부터 여신에서 여신으로 계승되었고 그러다가 성모마리아에게 이르게 된 것이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바쳐졌을 만도 한데 그녀는 이 꽃의 아름다움을 질투하여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백합은 ‘아프로디테의 조롱’이라는 꽃말도 가지게 된다. 독뱀에 물렸을 때 백합은 기꺼이 그 아름다운 꽃잎을 희생한다. 꽃잎을 으깨서 상처에 바르거나 술에 타서 마시면 된다고 한다. 그것이 약효인지 신의 은총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베를린 식물원, 향기/촉감 정원(감성정원) 입구의 마돈나 백합
참고 자료
- Beuchert, Marianne (2014), Symbolik der Pflanzen, Insel-Verl.
- Kopp, Rita (2005), Thorbeckes kleiner Klostergarten. Altes Kräuterwissen für heute. Ostfildern: Thorbecke.
- Walafrid Strabo, De cultura hortorum ed. latine/germanice, Otto Schöneberger,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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