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세먼지 농도 세계 최고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문명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는 답이 없어보인다.
2007년도의 통계이긴 하지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1위라는 기사에 우연히 접했다. 모골이 송연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상세히 알아볼 수 있다. 나무위키에서 미세먼지 항목을 전문적,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추천할 만하다. 말로만 미세먼지, 미세먼지 하지 말고 누구나 자세히 좀 읽어봤으면 좋겠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리고 그 덕에 서울의 농도가 세계 최고가 되었지만(정확한 통계자료는 없고 심증일 뿐), 그렇다고 중국에다 대고 삿대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과연 무죄인가?
미세먼지 농도 측정 결과가 매일 발표된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아직 배출원을 확실히 분석해 낼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정보가 불충분하고 모두 제각각이다. 80% 이상이 중국에서 온다는 설과 아니다 우리 자체 내에서 더 많이 배출한다는 설이 엇갈린다. 어느 편에서도 확실한 분석결과를 근거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배출원을 정확히 알아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잡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미세먼지 구성 성분에 대한 분석이 매우 시급하다. 세계 최첨단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미세먼지 성분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좀 놀랐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먼 나라에 있는 생산 공장이 아니라 바로 내 집 앞, 내 직장 앞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독일 바이에른 주의 경우(주의 성격별로 미세먼지 배출원 구성이 다르다.) 교통수단으로 인한 배출 비율이 57% 선이다. 아래의 다이어그램을 보면 상황이 좀 더 분명해진다.
특이한 것은 산업시설(화력발전소 포함)의 총 배출 비율이 축산업의 배출비율과 맞먹는다는 점이다. 대형 축사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양이 엄청나며 메탄 가스에 각종 유해한 분진들이 섞여서 나간다. 어떤 물질이 다 포함되어 있는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우리 아이들이 그것을 매일 호흡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대개는 산업시설이 미세먼지의 원흉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요즘은 최첨단의 필터 시설이 의무화되어 있으므로 오히려 산업배출의 비율이 교통 배출에 비해 현저히 낮다. 중국의 모든 산업공장에 하루빨리 최첨단의 필터가 장착되기를 기다려야 할까. 우리 산업시설의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석탄화력발전소로 관심을 돌려보지만 이 역시 요즘은 최첨단의 장치들이 있어 총 미세먼지 배출량의 6~8% 수준에 머문다. 그렇다고 석탄화력발전소가 좋다는 뜻은 아니다. 미세먼지의 관점에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가장 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이다.
그러나 더욱 근심되는 것이 있다. 사실상 미세먼지 농도에 기준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농도에는 기준을 둘 수 없다(WHO)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하기를 사실상 미세먼지 농도에 기준을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다. 한계치를 아무리 낮게 잡아도 그 선을 지키면 건강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Umwelt Bundesamt, Warum ist Feinstaub schädlich für den Menschen?, 2013.09.05)) 즉 미세먼지 자체가 그냥 해롭다는 뜻이다.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등의 경우 일정한 농도를 넘지 않으면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데 반해 미세먼지는 그렇지 않다. 한시적으로 농도가 올라갔다고 특별히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농도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노출된 경우 위험이 가장 크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무서운 것은 입자가 너무 작아서 폐 속 깊숙이 침투하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심호흡을 하고 열심히 숨을 내쉬어도 밖으로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침투한 초미세먼지가 폐포를 통해 혈관으로, 그리고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미세먼지 농도의 기준을 아무리 낮게 잡는다 해도 그 기준을 지킬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방패로 막을 수도 없고 그물로 잡을 수도 없으니 결국은 각자 배출량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오늘도 승용차를 타고 막히는 도로에 서서 히터를 틀어놓고는 “에구 이 먼지. 중국 나빠요!”라고 욕을 퍼붓는 운전자들은 한 번 스스로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에서 날아 온 먼지를 마시고 있는지 앞 자동차 배기 가스를 마시고 있는지 라벨이 붙어 있지 않아서 모를까?
각자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조금씩 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자동차를 내다 버리고, 난방을 덜하고, 고기를 덜 먹고. 그게 그리 어려울까?
[써드스페이스 환경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