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게 고양이 팔아 먹을 사람들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도시를 공략하고 있다. © Roth Catoons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착하게 사는 동안 식량산업계는 은밀한 작전을 펼쳐 지구를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농업, 축산업 등의 대기업화도 물론 큰 문제지만 유전자 재조합 작물을 생산하는 생화학 기업들이 더 큰 문제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그들이 사람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식량을 통제한다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의 글로벌화로 인해 식량생산과 유통 역시 각 지역의 경계를 떠난지 오래며 전 세계가 하나의 유통권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은 유럽이 저항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사력을 다해 유럽 시장을 점유하려 하고 있다.

지난 목요일, 유럽연합국의 환경부장관회의에서 국가별로 유전자변형작물의 재배금지를 용이하게 한다는데 동의했다. 이야기가 좀 복잡하지만 유럽연합이라고 해서 각 회원국에서 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다. 일괄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지만 유전자변형 혹은 재조합 작물의 재배를 어렵게한다는 공동의 목표에 합의를 본 것이다. 유럽연합 디렉티브라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각 국가의 자주성은 지켜준다는 것이다.

지금 가장 시끄러운 토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얼마 전에 ‘출시’된 신형 유전자 옥수수 1507번이다. 뒤퐁, 바이에른, 바스프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몬산토 네 개의 식량기업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지금 이들 기업이 유럽에 가하는 압력이 만만치 않다. 옥수수 뿐 아니라 모두 13 종의 작물이 재배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들 생화학기업의 로비력이 장난이 아니므로 유럽연합의 정치가들에 대한 섭외작전과 각종 음모가 물밑에서 부지런히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식용과 사료용으로 유전자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는 나라는 주로 스페인이고 포르투갈과 체코에서 약간 재배하고 있다. 그 외에 유럽은 유전자 작물로부터 아직은 자유로운 편이다. 독일의 경우는 전 국민의 88퍼센트 이상이 ‘절대 반대’하고 있다. 독일환경연합BUND 측에서는 한 번 둑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며 경고하고 있다. 일단 한 작물이라도 재배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이들 세계적 기업에서 계속 ‘신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전자 재조합 작물이 일상에 깊이 침투하게 되어 되돌이킬 수 없게 된다. 지금의 저항이 얼마나 오래갈지도 알 수 없다.

과학자들은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생각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유전자를 재조합한 옥수수나 감자, 콩 등이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쥐에게 고양이를 팔아먹을 정도의 상술과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지구상에 함께 존재하는 한 좋은 의도에서 혹은 순수한 과학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업의 성과물들이 사업적으로 악용되는 현상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먼저 인간의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을 때가 많다.

결과적으로, 식량난을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식량의 수확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근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고픈 사람들은 더 배고파지고 기업들만 하루 열 끼 먹고 토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들 작물이 세계적 경제구조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가 않다.

우선 유전자 변형 작물들은 번식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아니면 채종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농부들은 해마다 비싼 종자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식물들은 같은 회사에서 제조한 비료와 농약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그 회사의 제품만 사서 써야한다. 그러다보면 그 농약에 내성을 가진 잡초와 벌레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농약을 더 뿌려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 작물재배 농장에서 농약살포양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헬름홀츠 연구원. 2014년 2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며 제조기업에선 새로운 해충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유전자변형 작물을 만들어 내어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이번에 출시한 1507번이 바로 그 경우이다. 몇년전부터 옥수수밭의 문제거리가 되고 있는 신종 해충이 있는데 바로 그 해충을 향해 독을 뿜는 옥수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옥수수가 스스로 독을 뿜어 자신을 지킨다는 발상이 그럴 듯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독성은 인체에 아무 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물론 기업의 홍보팀에서 내보낸 정보이며 객관적인 연구결과는 아직 제대로 나와있지 않다. 한편 이 독성에 내성을 가진 벌레가 나타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면 그를 더 독한 독을 뿜는 옥수수가 출시될 것이며 그 다음엔 거기에 내성을 가진 벌레와 잡초가 나타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옥수수를 먹고 기른 가축들이 밥상에 오를 것이며, 이 옥수수로 팝콘을 만들고 옥수수 수염으로 차를 만들어 판다. 먹지 못하는 부분은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쓸 수 있다. 완전 옥수수 만세다. 기존 작물을 재배하는 것보다 바이오에너지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 재배면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 곡물을 자급자족 하던 지역에서도 이젠 수입을 해야 한다. 주식을 옥수수로 바꾸거나, 옥수수를 먹고 자란 고기만 먹어야 하는 미래가 올 지도 모른다.

종자, 비료, 농약 모두가 기존의 작물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많은 농부들이 오히려 빚을 지게 되고 결국 파산하여 토지를 팔아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형기업들은 그 기회를 노렸다가 경작지를 사들여 대규모로 자체 경작지를 키워가고 있다. 식량을 통해 토지도 점유해 들어가고 있다. 소작제도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단 유전자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종자 제조사의 노예가 되어버리게 된다. 이런 결과가 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문제는 거부한다고 해서 진정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 작물은 알게 모르게 식량의 고리를 타고 이미 곳곳에 침투해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기업의 CEO 들은 뭘 먹고 살까?

극장에서 팝콘을 주문하기 전에 과연 팝콘을 꼭 먹어야 하는 지 한 번 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3.SPACE MAGAZINE/고정희 칼럼/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