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조경학회장 조경진 교수의 인터뷰를 읽고

신임 조경학회장 조경진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환경과 조경 이형주 기자가 썼다.

우선 조경진 교수의 25대 회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형주 기자가 전해 주는 소식에 따르면 “한국 조경 50+50,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열자”라는 기치 하에 네 개의 공약을 제시했다고 한다.  2022년 광주 IFLA  세계대회의 성공적 개최, 한국 조경 미래 50년을 위한 비전플랜 수립, 미래 세대 조경인 키우기, 교육하고 연구하는 학회 정체성 강화라고 이 역시 이형주 기자가 친절하게 전해 주었다.

50+50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조경학회 사이트에 발표한 그의 인사말에 답이 있었다. 처음 50은 2022년은 한국조경 50주년이 되는 것을 뜻하며 다음 50은 미래 50년을 말한다고 한다. 지난 50년의 성취를 정리하고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한다. 섣불리 <백년대계>를 말하지 않아 우선 신뢰가 갔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정신이 번쩍 드는 대목과 만났다.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와 재난재해에 대응하는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 도시 전체가 생태적인 친환경 도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 

아 이 무슨 반가운 말인가. 그간 고정희 신잡을 통해서, 다른 여러 칼럼이나 기사를 통해서 환경보호 기후보호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했으나 조경인들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다. 옳은 말이지만 우리 조경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요? 나무만 많이 심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이런 반응과 만났을 때 참 힘들었었다. 조경과 환경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어떻게 인식시켜야 할까.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일단 환경을 구해야 하는데, 그래야 조경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다 이제 조경학회장의 말을 들으니 천군만마를 만난 듯 반갑다.

조경계의 문을 벌컥 열고 소리치고 싶은… .

꼭 20년 전의 일이었다. 그때 베를린 공과대학 환경조경학과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다. 새천년을 맞아 조경계의 비전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행사 타이틀은 <조경의 모더니즘은 물 건너갔나?> 였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 인원이 너무 많아 대형 강의실을 모두 비우고 웅성웅성 서서 토론했다. 나는 커다란 독일 동료들 틈에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기에 사람 숲을 헤치며 앞자리로 열심히 나아갔다. 거의 앞자리에 도착했을 즈음 앞문이 벌컥 열리며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트릴리치 교수였다. 우리 모두 그분에게서 설계 원론을 배웠다. 그는 예술가였다. 교수님은 문간에 서서 외치기 시작했다. 요지는 대략 이러했다. “지금 뭣들 하느냐. 때가 어느 땐데 모더니즘이 어쩌고 디자인이 어쩌고 이러고 있나? 지금은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환경생태에 입각한 조경을 해야 한다.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러고는 바로 다시 사라지셨다.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모두 한동안 멍~ 하니 서 있었다. 누구도 저 양반 왜 저래? 그러지 않았다. 그다음에 토론회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교수님의 일갈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그때 일을 돌이켜본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돌이켜 본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 역시 그때 그 교수님처럼 한국 조경계의 문을 벌컥 열고 소리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두 번 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50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조경진 회장이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는 사업으로 우선 “기후위기에 대한 조경분야의 대응 전략”을 꼽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조경진 회장은 더 나아가서 자연환경복원업을 조경의 과제로 인식하겠다고 한다. 이런 그의 의지에 전적으로 응원을 보낸다.

다만 기후위기가 50년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니 기후위기에 대한 조경분야의 대응 전략은 훨씬 앞당겨 그의 임기 내에 수립하기를 바란다. 자연환경복원 사업 역시 자연자원총량제가 도입되었으므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조경계의 새로운 사업분야로 한시바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대학에 환경생태를 고려한 설계 과목이 설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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