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INE플루언서와 우문현답 이어가기

설계중심

이 진 형 편

조경설계 서안(주) 소장


조경설계 서안(주)을 모르는 조경인은 십중팔구 간첩일 것이다. 서안의 터주대감 이진형을 만났다. 대구 대학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입사하여(입사번호 28번) 25년째. 지금은 소장이다. 마음같아서는 75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한다. 물론 서안에서. 지난 25년간 서안의 여러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위해 이진형의 빠른 손이 수없는 연필 스케치를 그려냈을 것이다. 그를 만나 서안에 대해서, 근대조경 50년사에 대해서, 청계천, 광화문의 공간정치에 대해서, 용산공원, 경춘선 숲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흥미로운 최신작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번 설계중심 편에서는 인터뷰 방법을 바꿔 보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코로나 영향이다. 화상회의가 어느 새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시즌3 진플루언서들과의 만남도 화상에서 이루어졌다. 이제부터는 글이 아니라 음성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정희]


이진형은 노각나무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아래 사진을 보내왔다. 명필름 옥상정원이라는데 이 기둥만 보이는 나무가 노각나무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다. 이 작품에 대해 따로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왜 명필름 정원 사진을 보냈는지? 물었더니 <노각나무사진 보내달라고 하셔서>라고 답한다. 민망.

왜 노각나무가 좋은지 그의 음성으로 직접 들어본다.

이진형의 노각나무
명필름 옥상정원의 작은 노각나무 숲. 출처: 이진형

1. 화려한 등단: 예술의전당 혼돈의 축제거리

이진형은 대구대학 조경학과 졸업반 때 제1회 도시환경설계학생공모전에 응모하여 우수상을 받는다.

그는 예술의전당 앞 거리를 축제의 거리로 설정하고 카오스 이론을 끌어와 축제거리의 성격을 정의했다. 자동차대로의 혼돈을 젊은 축제의 혼돈과 맞바꿨다.

삶은 혼란하고 죽음은 고요히 정돈된 상태라 말한다. 그렇다면 삶은 오로지 축제? 왜 카오스 이론인가 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왜 카오스인가
1997년 신라호텔에서 전시된 이진형 수상작. FESTIVAL, IT WAS THE CHAOS THEORY. 출처: 이진형

2. 예술의전당, 지금은?

십 여년 전 난생 처음 예술의전당을 찾았을 때 지하철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매우 험했던 기억이 난다. 벌판처럼 드넓은 도로에서는 자동차 소음이 고막을 찌르고, 녹색의 인조벽돌 보행로는 울퉁불퉁. 여기저기 패이고 무너져 제대로 걷기가 어려웠다. 저 멀리 언덕 위에 도도하게 자리잡은 예술의전당은 그런 것에 관심 없다는 듯 도시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오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되돌아 가고 싶었지만 거기서 약속이 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그 다음 친구와 함께 차를 몰고 갔을 때는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 차를 세우고 나가서 밥을 먼저 먹었다. 식당은 시장통 같았다. 음악회가 끝난 뒤 친구와 함께 전당 앞 녹색 마당 나무밑에 오래 앉아 방금 들은 슈만 피아노 곡의 여운을 즐겼다. 집에 갈 일이 한심했다. 또 얼마나 북새통을 치러야 할까. 음악에서 받은 감동을 도로에 죄다 반환하고 가야한다. 왜 우리는 도시를 자동차에게 다 내주고 이리 살고 있을까.

이진형의 예술의 전당 축제 거리 설계도를 보고 있자니 떠 오른 기억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예술의 전당, 지금은?

3. 설계는 정리하는 것, 그렇다면..

설계는 정리정돈하는 것이라 정의되고 있다. 이진형의 카오스 이론에 따르면 정돈은 죽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 정지된 상태를 설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진형은 조금 달라진 접근법, 불확정성과 가변성을 인정하는 추세에 대해 얘기해 준다.

공간의 불확정서과 가변성에 대하여

4. 서안을 떠나지 않는(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졸업하고 바로 서안에 들어가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서안이 그리 좋은가? 서안은 어떤 곳인가?

서안은 어떤 곳인가?

5. 서안은 보수적?

서안은 국내 근대조경 최초의 순수한 설계사무소로 출발하여 조경의 방향을 제시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편 서안은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러한가?

서안은 보수적인가?

6. 서안과 함께 한국 근대조경을 지탱했던 초기의 다른 기둥에 대하여

서안이 조경계의 기둥 역할을 한 것은 의심할 바 없다. 그런데 그 기둥이 하나밖에 없다면 아무것도 지탱하지 못한다. 기둥이 더 있었을텐데. 이진형은 초기 조경계를 이끈 설계사 이야기와 함께 서안네트워크와 서안의 정보력에 관해 얘기해 준다.

7. 조경모색, 그리고 청계천 정책과 광화문의 공간정치에 관하여

조경모색. 이진형이 이상기. 이대영, 장재삼과 함께 2016년 전시회를 갖는다. 지천명의 나이가 가까워 오니 그간 했던 일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때 썼던 텍스트에서 이진형은 청계천, 광화문 프로젝트와 결부시켜 정책을 비판하고 공간정치를 꼬집는다.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도시구조, 필지 개념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듣고보니 국내에 부재하는 토지이용계획을 말하는 듯 하다.

조경모색, 조경의 공공성과 사회성, 청계천과 광화문 광장

8. 말많고 탈많은 용산공원에 관하여

용산공원은 끝없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이야기가 용산공원에 미치자 이진형은 흥분한다. 이진형뿐 아니라 누구나 그러는 것 같다.

그래서 용산공원 프로젝트 현황에 대해 물었다. 이진형은 용산공원과 결부시켜 부산시민공원과 라운드테이블, 그리고 절대 디자이너(!)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9. 경춘선 숲길

경춘선 숲길로 말문을 돌려본다. 이진형은 함박웃음을 웃는다. 용산공원, 광화문, 청계천과는 많이 다른 프로젝트인 것 같다. 경춘선 숲길은 어떤 곳이기에 이진형을 함박 웃게할까?

경춘선 숲길에 대한 애착과 나중에 생긴 철도박물관에 대한 속상함

10. 집담회와 종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2018년 세종호수공원이 완성되자 이진형 소장, 최원만 소장, 이대영 소장이 만나 ‘집담회’를 가졌었다. 국내에선 낯선 호수공원을 설계해 본 사람들끼리 모인 것이다. 환경과조경사에서 주선한 만남이었다. 호수, 물과 사람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 호수,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호수, 도시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등의 주제를 놓고 긴하고 심도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환경과조경에서 읽으면 될 것이다. 그 보다는 집담회라는 모임 자체에 더 관심이 갔다.

집담회와 종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11. 최근 프로젝트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조경 풍경 아카이빙에 대하여

네이버에서 세종시 외곽에 대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넓은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 네이버는 서안에게 자신들이 침해된 자연을 되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난생 처음 접해보는 프로젝트. 이진형은 고된 작업이었다고 토로한다.

데이터센터 각 세종. 네이버의 야심 프로젝트와 산림복원에 관하여

12. 마지막 질문: 이진형의 풍경은 어떤 것인가?

이진형은 자기 소개에서 “도시 속에서 공공의 가치를 위한 공간과 풍경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진형이 말하는 그 풍경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었더니 “원풍경”이라고 시원하게 대답한다. 원풍경이란… . 이진형의 설계개념에 전환점을 가져온 여의도샛강 이야기도 함께 듣는다.

원풍경, 여의도 샛강, 설계개념의 전환

데이터센터 각 세종 : 파이널플랜 01

소개영상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진형 소장이 1 분 에서 2분 30초까지 출연합니다. 강추!

프로젝트 이미지 갤러리


이진형 소장님 좋은 시간 감사드립니다.

이진형은,

질긴 탐구력과 고집으로 늘 새로움을 찾는 설계과정을 즐기는 작업자이다.

‘곰선생’이란 애칭으로 처음 입사한 조경설계 서안(주)에서 현재까지 작업하고 있으며 서울시립대학 도시과학대학원에서 ‘랜드스케이프어바니즘의 환경설계방업연구(2006)’로 석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도시와 사회의 관계에서 의미있는 조경작업을 탐구하며 도시 속에서 공공의 가치를 위한 공간과 풍경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ziny1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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