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
2015년 유럽정원어워드 – 가장 잘 가꾸고 관리한 정원
대사 없이 헨델의 음악만 나오는 순수한 영상화면입니다. 화질이 좋아 공유합니다.
헤렌하우젠 대정원은…
독일의 바로크 정원 중 가장 초기에 만들어진 헤렌하우젠의 바로크 대정원은 고지식하리만큼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교과서에 실려 있는 바로크 양식의 모범도면 같다는 느낌을 준다.
긴 사각형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가로수와 해자로 확실히 경계가 주어진다. 다른 바로크 정원들과는 달리 주변에 펼쳐진 수렵원이나 넓은 파크가 없어 해자가 바로 정원의 끝이다. 땅이 그만큼 주어지지 않았던 것인데 그러므로 해자를 둘러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경계를 만든 것이다.
이 곳에서는 르 노트르 식의 공간 마술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정직한 공간의 질서와 조화로움으로, 브로더리 파르테르의 명랑함으로, 정원 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스케의 다양함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풍성한 식물세계로 인해 충분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베르사이유처럼 압도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는 곳이어서 베르사이유가 남성적인 정원이라면 헤렌하우젠의 바로크 대정원은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어머니 같고 환하게 웃어주는 애인 같다. 베르사이유가 녹색을 제외한 모든 색을 배제하고 힘의 원리를 강조한 정원이라면, 헤렌하우젠에는 색과 빛이 넘쳐난다. 정연함 속에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고 화려함이 단아한 틀 안에 절제되어 있다. 베르사이유가 철저히 추상적인 정원이라면 헤렌하우젠의 바로크 대정원은 감성이 듬뿍 서린 정원이다.
부드럽고 감성적일 것 같은 프랑스 정원이 남성적, 이지적이며, 딱딱하고 이성적인 독일 사람들의 정원이 다분히 감성적인 것을 보면, 정원이란 이렇게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는 영원한 샘물임에 틀림이 없다.
고정희의 바로크정원 이야기 중에서
볼프강 펜트라는 건축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원이란 어떤 것이건 간에 견딜만한 실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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