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글: 고정희
2018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키워드는 2도였다. 그것이 슬그머니 1.5도로 교체되었다. 2018년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oC 특별보고서>가 발표되었고 195개 회원국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한 뒤부터의 일이다. 국제회의의 여파가 이렇게 큰 경우는 참으로 드문 일이다. 만장일치로 합의를 보았다는 얘기는 각국의 대표들이 그만큼 문제의 시급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민국도 물론 서명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특별보고서의 내용을 잘 요약한 것이 있다. 누구나 한 번 읽어봐야 할 필독 문서에 속한다고 본다. (지구온난화 1.5도 보고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멈추려면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50% 낮추고 늦어도 2050년에는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탄소중립이란 인위적 추가 배출이 전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즉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어야 한다.
1.5도와 2도 사이는 불과 0.5도에 불과하지만 이 사이 어딘가에 티핑포인트가 있다. 즉 조금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지는 바로 그 분기점이 1.5도와 2도 사이에 있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과학자들은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2도도 너무 높다. 1.5도를 넘으면 안된다”라고 목이 아프게 부르짖었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 때였다.
그때도 1.5도에서 멈출 것인가 2도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각축전이 벌어져 협상이 무산될 위기까지 갔었다. 곧 물에 잠길 수도 있는 40개의 섬나라에서 1.5도의 목표가 결의되지 않으면 회의장을 떠나지 않겠다라는 각오로 임했다. 이 국가들의 경우 2도까지 올라가게 되면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1.5도, 2도에 대한 분쟁은 그 역사가 제법 길다. 이미 1987년, 몰디브 대통령이 유엔회의장에서 몰디브의 운명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정상회담에서도 2도 한계를 결정했다. 그리고 작은 글씨로 “1.5도로 낮출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음”이라 기록했다. 사전에 열린 전문가 자문 회의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 2도 경계는 너무 위험하다”고 강하게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국가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다음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기후정상회담에서는 “과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문제에 접근할 것”이 간신히 결정되었다. 유엔에서 서둘러 전세계 70명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2015년 파리 정상회담 이전에 기후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유엔 보고서 2015)
결론은 명확했다. 2도로 상한선을 긋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8년 세계기후협의체에서 마침내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0.5도 차이가 과연 얼마나 크기에?
2015년 파리 기후협약은 여러모로 분기점이 되었다. 과연 2도와 1.5도 차이는 얼마나 큰걸까?
사실 이미 그 효과가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7만명이 죽었던 2003년과 같은 폭염이 더 잦을 것이며 실 평균 기온은 3~4도 상승할 것이다. 폭우가 잦아지는 동시에 가뭄도 심해지는 기 현상이 일어나며 물부족 현상도 증가할 것이다. 태풍의 위력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사실 3~5등급의 허리케인이 이미 지난 4십년간 25% 증가했다. 바다의 온도가 상승한 때문이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생태계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산호초는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1.5도 선에서는 그래도 10~30%는 살아남을 수 있다. 산호초의 죽음은 지금 한창 진행중이다.
물론 숲도 크게 영향받는다. 가뭄이 지속되면 병해충에 매우 약하게 되고 산불이 자주 발생할 것이다. 산불이 빈번해지는 현상 역시 이미 겪고 있다. 아마존의 우림도 가뭄의 영향을 받아 성장세가 크게 위축되어 우리가 그렇게 믿어마지않는 <탄소 흡수 및 저장고>역할이 크게 위축된다.
기후시스템의 티핑 포인트
그간 장기적으로 관찰한 결과 가뭄이 지속되는 기간이 해마다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지구의 숲 면적이 크게 줄어들고 만다. 지속적인 벌채에 의해서도 숲이 사라지지만 가뭄이 숲을 절단낼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어느 순간 반전 현상을 일으켜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게 된다. 그 거대한 아마존의 밀림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기 시작하면 불을 뿜는 용의 입김에나 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되면 탄소흡수원에 걸었던 기대가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문제가 또 있다. 기후시스템 자체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빙하계 기후 시스템이나 몬순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분기점이 1.5도와 2도 사이에 있다. 빙하가 녹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그러나 한 번 녹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 앞으로 수백년동안 지속적으로 녹아내릴 것이다. 기온이 2도 상승하면 1.5도 상승할 때보다 해수면이 10cm 더 높아진다. 21세기 말에야 비로소 10cm 상승하게 되겠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점진적으로 상승을 계속하여 백미터에 도달하게 된다. 오래 전 나와 쫄딱 망했던 영화 워터월드가 사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후세들은 지느러미와 물갈퀴를 달고 태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1.5도를 넘어서는 순간 한날 한시에 세상이 멸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아, 왜 우리가 그때 과학자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가 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1.6도에서 멈추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될 것이다.
0.1도 차이가 크다.
기온이 0.1도씩 상승할 때마다 여럿의 생태계가 무너져 회복이 불가능해 진다. 숲은 불타고 산호초는 물론이거니와 동물과 식물도 사라질 것이다. 0.1도씩 상승할 때마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위협도 커진다. 그리고 기후시스템의 티핑포인트에 점점 다가갈 것이다. 그 티핑포인트가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험에 들지 말고’ 1.5도에서 멈추는 것이 현명하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과학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회의 중 유럽연합 국가와 미국 그리고 40개의 섬나라가 모여 “높은 야망을 가진 국가들의 모임 high ambition coalition”을 따로 결성했다. 이 연합체의 활약으로 마침내 “1.5도 선에서 멈추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합의서를 얻어 냈다.
이렇게 0.1도를 놓고 바둥거리는 이유는 0.1도가 곧 2000억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1.5도에서 멈추겠다는 목표에 반나마 도달하려면 인류는 2030년까지 약 4천 5백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 많아 보이지만 2도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된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실은 아주 간단할 것 같지만 구현이 쉽지 않다. 나무 천만 그루 심어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관건은 배출을 급격하게 줄이는 것이다. 조금씩 천천히 줄이지 뭐~ 가지고는 안된다. 숲이 자라서 그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줄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방법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 인위적 배출을 최소한 반으로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 이용을 올스톱하고 재생에너지로 백퍼센트 전환해야 한다.
- 탄소흡수 시스템을 구축하여 나머지 반을 흡수 저장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 이산화탄소 흡수 및 저장, 재활용 기술을 개발한다.
요즘 나무 심기 운동이 매우 활발한 것은 무척 다행이다. 그러나 최고의 계명은 1번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에 지나치게 기대면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확실한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하고 우리 모두 협조해야 한다. 마치 코로나 규정과도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 2주간의 자가격리 이런 식의 구체적인 정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하고 국민들은 이에 따라주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참고 자료:
- Rahmstorf, Stefan (2020): Klimakrise: Warum zwei Grad Erderwärmung zu viel sind. In: DER SPIEGEL, 09.11.2020.
- IPCC 2018, special report on the impacts of global warming of 1.5 °C
-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18, IPCC 지구온난화 1.5oC 특별보고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 3.SPACE MAGAZINE/오피니언/고정희 칼럼/기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