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 vs 2021

사회주의 국제정원박람회 마스터플랜

1961년 4월 28일 드디어 제1회 사회주의 정원박람회가 문을 열었고 소련,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등에서 참가하여 각국의 원예식물, 채소, 과일 재배 기량을 견줬다. 소련에서 단체로 몰려왔는지 6개월 개최기간 동안 3백 5십만 방문객을 기록했다.

지금의 에가파크는 당시 링그너가 그린 마스터플랜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가 에르푸르트 20201] – 에가파크 중에서

지난번에 이렇게 글을 맺었었다. 그리고 마스터 플랜을 자세히 소개하겠다고 예고했었다. 2021년 에가파크의 마스터플랜은 옛 아이템을 복원하고 새단장하는 정도에 그치므로 1961년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주의 정원박람회라니 궁금하지 않은지? 어떻게 생겼을까? 온통 붉은 색으로 칠했을까? 공산당의 상징을 그려 넣었을까?

독일조경가협회에서는 1961년 조경계의 ‘사건’으로 에르푸르트 제1회 사회주의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우선 꼽았다. 아래 오리지널 도면은 그에 관한 기사를 집필한 뤼디거 파울 키르스텐 박사가 개인 아카이브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키르스텐 박사는 현재 에르푸르트 시 도시건설교통부에 근무하며 부가 에르푸르트 2021의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한편 부가 동호회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에가파크 마스터플랜을 만든 조경가 라인홀트 링그너와 그의 아내 알리스 링그너. 1961. 알리스가 골수 공산주의자였고 링그너는 사랑을 따라 갔다고 알려졌다. 사진 출처: Dr. Kirsten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61년 마스터플랜을 만든 조경가 라인홀트 링그너는 정원박람회를 넘어 정원아카데미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짐작컨대 꽃과 식물을 감상하고 좋아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는 칼 푀르스터가 주창한 전시 및 시범정원을 능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많다. 청소년 댄스광장, 국가별 청소년관(소련청소년과, 동독청소년관, 체코청소년관 이런 식으로), 청소년 만남의 광장, 캠핑장 등등.

그리고 이때 <독일원예박물관>을 설립한 것도 바로 정원아카데미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였다. 구 요새의 막사를 개조하여 원예박물관을 설립했으며 원예도서관과 아카이브도 함께 만들어 방대한 분량의 오래된 원예서적, 식물 표본, 도면 등을 소장하고 있다. 설명하는 것 보다 이 글이 끝나면 제일 아래쪽에 원예박물관 홍보영상이 있으니 그걸 보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를 것으로 여겨진다. 원래 대사없이 영상만 보여주기 때문에 자막도 필요없는 아주 고마운 영상자료다.

녹지, 건축의 사열을 받다

골수분자는 아니었어도 사회주의 이념을 신봉했던 마스터플래너 링그너는 정원아카데미 개념에 사회주의의 이념을 중첩하고자 했다. 또는 그렇게 해야 했을 것이다. 아래 도면에서 검은 색 박스로 묘사된 것은 모두 국가전시관이다. 소련관, 루마니아관, 폴란드관, 체코관… .그리고 빨간 색으로 표현된 것은 모두 화단이다. 녹지와 화단을 가운데 두고 가장자리에 각 국가전시관을 각서게 배치했다. 넓은 녹지 한 가운데로 화단이 길게 연결되며 파고들어 간다. 이는 바로 사회주의와 식물과의 관계가 그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키르스텐 박사의 설명이다. 어째서 그러한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각지게 서있는 건물은 녹지와 화단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 배치된 것이라 했다. 이쯤 되면 링그너의 “녹지사회주의 이념”이라 부를 만 하다. 건축의 사열을 받는 녹지. 이것이 사회주의 이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각자 해석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이 박람회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색상, 형태와 소재 등이 모두 일정하게 1950년대 말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치, 파라솔, 식당의 가구에서 분수와 조명까지 1950년대 말의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왔는데 이번 부가를 통해 새로운 의상을 입고 나타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주최측에서 정보를 몹시 아끼고 있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점치기 어렵다.

핵심구간은 물론 꽃의 도시답게 중앙에 길게 연결되어 있는 화단이다. 그 아래 2021년 부가 마스터플랜과 비교해 보면 그사이 60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왼쪽의 야생화잔디밭이 사라져서 면적이 줄어든 것과 청소년관이 있던 곳에 칼 푀르스터 정원과 일본정원이 들어선 것 외에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화단의 전시 아이템조차도 거의 그대로이다. 일년생 초화류 품종전시, 장미, 달리아, 베고니아, 그라스, 아이리스 등등. 새로 들어서는 것은 나리원, 푸크시아쇼, 펠라르고니움쇼 정도이다. 아이템은 유사하더라도 심는 품종에는 변화가 많을 것이다(지난 번 에가파크 갤러리 참조).

얼핏 보기에 설계가 매우 평이하여 어째서 이것이 마스터피스로 꼽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도면이 예쁘다고 정원도 예뻐지지는 않는다. 훌륭한 공원이나 정원의 도면을 보면 의외로 이렇게 평이한 것이 많다. 정작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것은 식물이기 때문이며 식물을 어떻게 배치하고 내세워야 아름다운 공간이 만들어지는지 잘 알고 있는 설계가들은 현란하고 화려한 그림을 포기하고 스스로 뒤로 물러난다. 에가파크의 구조는 심플하지만 오묘하다. 중앙의 긴 화단띠, 즉 꽃의 횡축이 비스듬한 종축과 어긋나면서 교차한다. 이 두 개의 축에 화려한 장면이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오른 쪽으로 약간 치우친 곳, 즉 꽃의 횡축이 끝나는 곳(관점에 따라서 시작되는 곳)에 사다리꼴의 넓은 공간이 있다. 이곳이 심장부다. 눈이 부실정도로 현란하게 배치되어 있는 숙근초 프리마돈나들을 배경으로 조각상이 배치되어 있는 조각정원이 있고 양쪽에 중세의 둥근 탑 두 개가 지키고 있으며 원예박물관 건물이 길게 마감하는 곳이다.

에가파크 1961년 마스터플랜


2021년 부가 마스터플랜


독일원예박물관 홍보영상


독일원예박물관. 에카파크 내에 존재. 출처: Deutsches Gartenbaumuseum

© 3.SPACE MAGAZINE/부가 에르푸르트 2021/마스터플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