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로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크라머의 화두에 마테른은 “태초에 물이 있었다.”로 화답했다.

에른스트 크라머가 <시인의 정원>을 발표한 이듬해 독일 데트몰트 시에도 피라미드가 나타났다. 독일 20세기 최고 조경가로 이름을 남기게 될 헤르만 마테른이 크라머가 던진 물음에 바로 화답한 것이다.

데트몰드 현의 정부 청사를 새로 짓게 되었다. 건축가 비에르징이 ㄷ자 건물을 비대칭형으로 비스듬히 세웠다. 헤르만 마테른은 ㄷ자 건물 배치로 인해 형성된 외부 공간을 밖으로부터 안으로 쐐기처럼 파고드는 정원을 디자인했다. 6각형의 연못을 앞세워 밀고 들어갔다. 연못 속에는 네 개의 피라미드 분수를 배치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물이 솟아 나왔다.

피라미드로 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크라머의 화두에 마테른은 “태초에 물이 있었다.”로 화답한 것이다.

당시 유행했던 콘크리트로 피라미드를 짓고 고운 자갈로 표면을 입혔다. 자갈은 밝은 색을 위주로 하고 검은 색을 드문드문 섞었는데 색 선정에 매우 정성을 들였다.

그러나 마테른 이후 피라미드는 더 이상 정원에 등장하지 않게 된다. 1990년대까지. 아무도 마테른이 던진 화두에 회답할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데트몰트 현 정부 청사 정원 연못의 피라미드 분수. Photo: Beate Fotos. Source: LWL, Gestaltete Raäume. Grünanlagen der Nachkriegszeit. 2020. p.13. Bildzitat.
데트몰트 현 정부 청사 정원 연못의 피라미드 분수. 밝은 색 자갈로 입힌 피라미드 표면과 짙은 숙근초의 원색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준공 5년 뒤에 찍은 사진. Photo: Beate Fotos. Source: LWL, Gestaltete Raäume. Grünanlagen der Nachkriegszeit. 2020. p.13. Bildzitat.

©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조경과 조형 사이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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