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entry is part 1 of 5 in the series 크리스토와 잔끌로드

지난 5월 30일에 큰 별이 또 하나 졌다. 소위 <포장 예술가>로 알려진 크리스토 자바체프(예명은 그냥 크리스토)가 세상을 떠났다. 6월 9일 고정희 신잡에서 크리스토를 소개한 바 있으므로 긴 얘기는 생략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크리스토와 잔끌로드에 관해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사진 때문이다.

요즘 사진 저작권 때문에 인터넷 선상에서 전쟁을 방불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도비 스톡, 셔터스톡, 게티이미지스 등 대형 사진 에이전시에서 사진 작가들의 작품을 차례로 전매하고 있다. 이들의 입김 때문인지 저작권 규정도 날로 까다로워진다. 매일매일이 다르다. 특히 유명인들의 초상권이 그러하여 인터넷에서 그들의 사진이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그들의 가족이나 후손, 또는 그들의 초상화를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에서조차 이제는 저작권을 틀어 쥐고 쉽게 제공하지 않는다.

크리스토에 대해 신잡을 쓸 때도 그랬다. 크리스토가 1995년 베를린 의사당을 포장했을 당시 사진을 무수히 찍었었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지난 일이라 사진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책자를 사 둔 것이 있어서 그걸 스캔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미 출판된 책에서 사진을 스캔하여 발표하는 것은 “사진 인용”으로 간주하여 허용된다. 문구를 인용하는 것과 사진을 인용하는 것이 다를 바 없다는 논리다.

그러다가 크리스토의 약력을 확인하려고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사망했더라도 누군가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랬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일부 작품 사진을 높은 해상도로 다운 받아 가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요즘 보기 드문 관대함이었다. 역시 대인은 다르다 싶었다.

베를린 의사당 건물

그가 1995년 베를린 연방 의사당 건물을 포장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의 작품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살 수는 없는 데다가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므로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알게 된 것이 고맙다.

무엇보다도 그 막대한 프로젝트 비용을 백 퍼센트 자비로 충당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 이유는 자유롭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들 자유롭고 싶지 않겠는가 만은 그만큼 능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수백 만 달러가 소요되기도 했는데 그 전액을 그림을 팔아서 충당했다고 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960년대에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계획했고 그 원칙을 끝까지 지켰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 역시 버텨냈다. 작품도 대단하지만 가장 감동을 주는 것은 작품을 구상해서 완성할 때까지의 과정이다.

베를린 국회의사당 포장 프로젝트는 1971년 처음 아이디어가 나와서 1995년에 성사되었으니 꼬박 24년을 기다린 셈이다. 그동안 독일 의회에서 여러 번 논의되었는데 번번이 부결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알아 보고 처음부터 지지했던 빌리 브란트 총리는 일이 성사되는 걸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다가 통일이 된 뒤에 비로소 의회에서 찬성했다. 이때부터 섬유 주문 생산에 들어갔다.

아래 그 과정을 사진으로 재현해 보았다.

베를린 국회 의사당 포장 프로젝트의 탄생 과정

크리스토와 잔끌로드 부부 예술가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어느 날, 대형 건물을 포장하는 예술가가 있는데 그가 베를린에 와서 연방 의사당을 포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 때 나는 세상의 이목을 끄는 방법도 여러가지라고 생각했었다. 혹시 마술사인가? 싶기도 했다. 베를린 여론에서 다투어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 예술가를 분석하여 소개했고(그들은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작품이 탄생한 경위에 대해 매우 상세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영했다. 대단했다. 하긴 작은 선물 하나 포장하려 해도 예쁘게 싸려면 공이 많이 들어가는데 저 엄청나게 큰 건물을 싸려면 어떤 노력이 들어갈까. 서서히 감이 잡혀 왔다. 그러다가 실물을 보고 나는 말을 잊었다.

이런 것이 가능하구나.

이런 비전을 가진 크리스토 부부에게 진심으로 찬사를 보냈다.

크리스토의 그림 – 프로젝트 자본

Christo, Wrapped Reichstag, Project for Berlin, 연필, 색연필, 숯. 165 x 106.6cm. New York, Collection Jeanne-Claude Christo

참고 문헌

  • Christo & Jeanne-Claude (1995): Verhüllter Reichstag, Berlin, 1971 – 1995 : Das Buch zum Projekt. Köln: Benedikt Taschen Verlag GmbH&Co.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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