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entry is part 3 of 3 in the series 이슬람 정원 기행

사분원의 유래를 찾던 중, 페르시아 왕을 만나다

오늘 아주 아름다운 책이 한 권 도착했다. 샤나메 – 왕들의 이야기王書, 페르시아의 민족 서사시가 담긴 책이다. 10세기에 페르시아의 시성(詩聖) 페르도우시가 집필한 책이다. 옛날 이야기가 읽고 싶어서 주문했다.

요즘 페르시아의 역사를 좀 보고 있다. 물론 페르시아에서 출발한 차르바그 정원 (사분원) 때문이다. 의외로 차르바그에 대한 연구가 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할 수 없이 스스로 탐구를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페르시아의 역사를 좀 더 깊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중세 페르시아 출신의 작가나 시인이 매우 많은데 그중 시성으로 일컬어지는 페르도우시(940-1020)가 평생을 걸려 쓴 책이 있다고 들었다. 제목이 샤나메 – 이란에서는 샤흐너메라고 발음하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롱텀 베스트셀러로 우리가 단군 할아버지, 고주몽, 김유신 이야기를 듣고 자라듯 이란에서는 샤나메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수많은 필사본이 있다는 데 운이 좋게도 베를린 국립 도서관에 1605년에 제작된 필사본이 한 권 있다고 한다. 물론 도서관에 간다고 해도 그리 오래 된 원본은 보여 주지도 않겠지만 보여 준다고 해도 고대 페르시아로 썼을 테니 보나 마나다. 그런데 1988년 이를 번역하고 오리지널 삽화를 넣어서 책을 낸 것이 있다고 하여 찾아 보니 중고 서점에서 팔고 있었다. 아 이럴 수가. 그것이 오늘 온 것이다.

펼쳐 보니 고급 아트지에 인쇄한 삽화가 너무 아름다운데 잠시 고구려 벽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오리엔트의 미니어처 삽화에서 자주 보는 현상이다. 인물 묘사가 매우 동양적이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은 페르시아 영웅의 격구 장면인데 광개토대왕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샤나메. 1605년 필사본. Fol.27b. Source: Staatsbibliothek zu Berlin.

서문을 대신해서 Bozorg Alavi라는 이란 출신의 현대 작가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글을 제일 앞에 실었다. 내 어린 시절을 회상케 할 뿐 아니라 함께 모여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너무 그리워 이 자리에서 고스란히 인용하고자 한다.

[어린 시절]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라마단(금식 기간) 중이었는데 그 땐 밤이 되면 거리가 다시 살아나곤 했다. 유모의 남동생과 함께 놀러 다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우리는 가끔 부모님 몰래 테헤란의 카페에 가곤 했다. 커다란 정원이 있는 야외 카페였다. 가스등을 밝혀 대낮 같이 환했다. 사람들은 양탄자나 돌 의자에 자리 잡고 앉아 차를 마시거나 물담배를 폈다. 어두운 구석에서 아편을 피는 사람도 있었다. 사위가 조용했다. 찻잔 부딪치는 소리와 이야기꾼의 목소리만 들렸다. 이야기꾼은 정원에서 왔다 갔다 하며 가끔 손뼉을 치기도 하고 손을 휘저어 가며 얘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입을 헤 벌리고 정신없이 듣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가 들고 있던 멋진 지팡이를 옆구리에 끼면 이제 뭔가 특별한 것이 온다는 뜻이었다. 영웅 로스탐이 괴물과 싸우는 장면이나, 이 착한 영웅이 모르고 자기 아들을 죽이는 비극적인 장면이 나오면 커피 값이 올라갔다. 이야기가 막히면 “자~ 다 같이 무함메드님을 찬양합시다.”고 외쳤다. 그러면 모두 한 목소리로 기도를 올리고 다시 조용해 졌다. 아주 흥미진진한 대목에 가서 청중들이 숨을 죽이면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고 목이 마르다고 했다. 모두들 서둘러 동전을 꺼내 던졌다. 그 이야기꾼은 앵무새처럼 이야기를 외워서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시인이고 배우였다.

Bozorg Alavi, 페르다우시와 샤나메

샤나메 1605년 필사본 삽화

© 고정희의 블러거진/책 이야기 /페르시아 왕들의 이야기 샤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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