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48세의 나이로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와 오딜의 역할을 맡았던 마고 폰테인은 레전드에 속한다. 특히 3막에서 검은 백조가 되어 도는 32회 피루엣은 아직 아무도 따라잡지 못한다고 한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발레니라는 물론 누구나 32회 피루엣을 할 수 있다. 차이점은 이렇다. 누구나 회전하는 동안 옆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폰테인은 마치 붙박아 둔 듯 발끝으로 정확히 거의 같은 포인트를 다시 찍는다. 무대에 구멍 날 것 같다. 대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야 저렇게 될까.

일 년에 한 번 새해가 되면 백조의 호수를 본다. 클래식 발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무대까지 찾아가는 것은 아니고 유튜브에 폰테인과 누레예프가 공연하는 것을 저장해 두었다가 다시 보곤 한다. 3막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면 마침내 폰테인이 피루엣 도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고 뭔가 새해에 대한 각오가 생기는 느낌이다. 물론 마고 폰테인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연출도 찾아본다.

엊그제는 마침 2006년도에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공연한 것을 아마존에서 새로 올렸기에 그걸 보았다. 여주인공은 Agnès Letestu라고 한다는데 물론 아름답고 우아하기 짝이 없으나 키가 매우 컸다. 지난해에 보았던 Svetlana Zakharova 는 예술적 표현력이나 기술로 보아 정말 완벽했으나 백조로서 키가 좀 크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의 Agnès Letestu는 더 큰 것 같다. 게다가 발레리나들이 다 그렇듯 뼈만 앙상하여 팔이 어찌나 길어 보이는지. 그 긴 팔로 백조의 날갯짓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백조가 아니라 뭐랄까 좀 미안한 말이지만 황새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보고 있기가 좀 불편했다. 나중에 검은 백조로 분장했을 때는 그래도 좀 나았다. 나처럼 짧은 사람은 키 큰 사람들이 무조건 부러운데 백조의 호수를 보고 있으니 키가 크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발레리나들의 키가 커지고 있다는 건데 발레리나들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평균 신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시아 청소년들이 키가 커지고 있는 건 좋은 일이다. 문제는 본래 키가 큰 북유럽의 인간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 내 주변에서도 2미터 넘는 청년들을 종종 본다. 그리고 일 미터 팔십이 넘는 여성들이 흔해지고 있다. 물론 풍요로움 덕분이다. 다만 어딘가 한계가 있을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마냥 길어질 것인지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다. 앞으로 3미터짜리 백조의 날갯짓을 보는 날이 올까?

그래서 인터넷에 “사람들이 점점 커지고 있나?”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보았더니 정말로 사이트가 여러 개 떴다. “XXL-generation” 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2011년도에 특집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에 따르면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가난한 아이들보다 키 클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영양상태 때문이다. 육체노동을 덜 하면 더 커진다고도 한다. 다 아는 얘기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미국의 백인들 성장률이 1950년대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의 평균 신장보다 미국 백인의 평균 신장이 무려 6센티미터나 작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미국과 독일 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했다. 1959년부터 2002년 사이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했는데 그 결과가 무척 흥미롭다. 미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fast food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건강보험제도가 미흡하고 사회보장제도가 불안한 데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결론이었다.

우리의 건강보험제도와 사회보장제도는 튼튼한가?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한 번 체크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고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 1964년, 백조의 호수 호주 공연. Photo: The Australian Ballet
Svetlana Zakharova와 Roberto Bolle 2002. Photo: Svetlana Zakharova Homepage
Agnès Letestu와 José Martinez 2006, Photo: ARTE France / © Michel Lidv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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