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 페히의 탈성장 콘셉트가 “제2의 계몽주의“로 ‘성장’할 될 조짐이 보인다. 독일의 환경 저널리스트 게오르그 에차이트 Georg Etscheit가 퍼뜨린 개념이다. 게오르그 에차이트 역시 진보적 환경주의자로서 페히 교수의 탈성장 콘셉트를 적극 지지하는 소수에 속한다.

니코 페히 교수의 강의실은 항상 미어터진다. 올덴부르크 대학 환경 경제학과에서 페히 교수는 거의 우상적 존재이다. 대학 강의 외에도 전국에서 해마다 수 백 회가 넘는 강연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중 20퍼센트 정도만 받아들이고 있다. 기차를 너무 자주 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차 삯만 받고 강의료는 받지 않는다. 대학에서도 정교수가 아니라 계약직 교수이다. 해마다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정교수가 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조직의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다른 대학에서 교수로 초빙하는 것도 거절하고 있다. 자기 같은 급진주의자가 나타나 해당 대학의 명성을 해칠까 저어 되어서라고 설명한다. 올덴부르크 대학은 탈성장 경제의 산실이니 상황이 물론 다르다. 2016년부터는 아예 강사로만 출강하고 있다. 지출이 많지 않으니 크게 벌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얻고 무엇보다도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이 주장한 탈성장의 삶을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강의실에서 방송을 통해 혹은 글로 전파하고 있는 페히 교수의 급진적 탈성장 이론은 젊은 세대들의 감성에 착착 감겨들어간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미래 사회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기성 사회를 의문에 붙이고 새로운 삶의 콘셉트를 찾아야 한다.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 비거니즘이 불길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페히 교수는 경제성장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드문 경제학자 중 한 명이지만 그의 인기는 거기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그는 강연을 무척 재미있게 한다. 완전 무대 체질이다. 밴드 두 군데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며 무대 경험을 쌓기도 했고 대학 시절에 지방방송 앵커를 한 경험도 있어 도움이 되겠지만 아마 타고난 것 같다. 게다가 그사이 널리 알려진 그의 궁상맞은 라이프 스타일 – 자전거도 직접 고치고 옷도 중고시장에서 사 입고 노트북도 학교에서 제공한 것 외에는 소유한 것이 없고, 채식만 하고 등등 – 이 학생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그의 강의를 듣는 한 학생이 말한 것처럼 “페히 교수님은 물을 마시라고 설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물을 마시는 분이다.”


니코 페히는 1960년 독일 북서부의 엠스 강변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작은 회사를 운영했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였다. 70년대에 소년 니코는 마을에 오는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고속도로가 두 개 건설되었다. 핵발전소가 생기고 연료 공장이 들어섰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독일에서 가장 큰 돈사가 생겼다. 1975년 소년 니코는 “수탈당하는 행성 Ein Planet wird geplündert”이라는 책을 읽고 환경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수탈당하는 행성은 헤르베르트 그룰이라는 정치가가 쓴 것으로 당시에 생태 바이블로 여겨졌던 책이다.

오스나브뤼크 대학 경제학과에 진학한 니코 페히는 환경 경제학에 매진했다. 학창시절에 자연보호 협회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했음은 물론이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1990년 지방 선거에 녹색당 대표로 출마해서 이겼으나 의회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의원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녹색당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정치가들을 가까이에서 접해 보니 사회적 구조나 시스템에서만 문제를 찾는 것이 거슬렸다. 실제 삶이 감안되지 않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느꼈다.

그는 혹시 마르크시스트가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물론 아니다. 사유재산과 시장경제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마르크스의 이론이 과대평가받고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보수적인 면이 없지 않다. 할아버지 세대 때와 같은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확실한 복안을 가지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그의 복안에 설득될지는 미지수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볼 때 물질적인 풍요로부터 자유로운, 지속 가능한 삶을 살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일구어 놓은 소중한 열매를 다치게 하지 않는 중용의 도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니코 페히로부터 제2의 계몽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맞는 것 같다.

참고자료: Georg Etscheit, “Aufklärung 2.0”, in: Zeit Online,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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