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entry is part 4 of 5 in the series 크리스토와 잔끌로드

콜로라도 골짜기에 커튼을 치다

1974년: 다큐멘터리 오스카 수상

1974년 오스타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상은 Albert Maysles과 David Maysles 가 거머쥐었다. 그들이 제작한 28분짜리 단편 다큐는 다름아닌 크리스토와 잔끌로드의 새로운 작품, 벨리 커튼이 탄생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였다.

1969년 호주 시드니 근교의 리틀 베이에서 해안 포장 프로젝트를 마칠 무렵 크리스토와 잔끌로드는 이미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품고 있었다. 미국 콜로라도 골짜기에 커튼을 치는 일이었다. 1970년에 준비를 시작하여 1971년 10월 10일 약 400m 폭의 협곡에 주홍빛 커튼이 내려졌다.

위의 다큐멘터리는 크리스토가 작품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을 넘나들며 계곡에서 수십명의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공중 케이블에 매달려 땀 흘리는 장면, 크리스토가 흥분하여 이리뛰고 저리뛰며 외치는 장면, 아틀리에에서 모형을 만들어 선풍기를 돌리며 커튼이 과연 견디는지 실험하는 장면, 그리고 마침내 커튼이 내려와 골짜기를 가렸을 때 팀원들이 환호하는 장면 등을 밀착된 시선으로 보여준다.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기록한데 그친 것이 아니라 아트가 동참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달라지게 하는지 그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냈다.

크리스토의 콜라주. 1971. 71 x 56 cm. Property of the Estaate of Christo V. Javacheff. Photo: Andre Grossmann © 1972 Estate of Christo V. Javacheff

콜로라도 – 381m x 111m의 주홍빛 커튼

커튼이 쳐진 계곡의 정확한 위치는 콜로라도 그랜드 정션과 글렌우드 스프링스 사이를 달리는 하이웨이 315 (지금의 70)의 북쪽 11.3km 지점이다. 양쪽으로 가파른 바위 산이 버티고 있는, 그야말로 그린듯한 V자 계곡이다. 이곳에 특수 제작한 오렌지 색 나일론 천으로 커튼을 만들어 매단 것이다.

커튼을 달기 위해 우선 양쪽 바위 언덕 사이 417미터 길이의 4중 케이블을 설치했다. 약 864톤의 콘크리트를 부어 기초를 치고 케이블을 양쪽에 연결한 뒤 모두 11군데에서 커튼을 고정했다. 커튼 자체는 계곡의 단면에 꼭 맞도록 사전에 재단하여 둘둘 만 뒤 이를 들어 올려 케이블에 고정시켰다. 이렇게 준비가 끝난 뒤 일제히 두루마리를 풀었다. 골짜기의 깊이는 중앙이 111미터, 양쪽 얕은 곳이 55.5미터. 18,600 m2의 천이 소요되었다.

준비에 꼬박 28개월이 걸렸는데 커튼을 내리자마자 바람이 불어 찢어졌다. 이미 여러 번 겪은 일이라 크리스토와 잔끌로드는 별 말없이 재작업에 들어갔다. 재작업이 완성된 후 또 28시간 만에 시속 100km의 강풍이 몰려 와 결국 커튼을 완전히 내려야 했다.

첫번 째 커튼이 내려졌을 때 사진작가 볼프강 볼츠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 몇 장 겨우 찍었을 때 커튼이 찢어졌기 때문에 공식적인 사진은 몇 장 밖에 없다. 그러나 구경꾼들이 찍은 사진이 더러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덕에 매우 생생한 기록이 남게 되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아트 바이러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소셜 아트 워크라는 말이 저절로 떠 오른다. 소셜 미이어 아트와는 물론 다른 개념이다. 퍼블릭 아트라고도 할 수 있으나 작품 설치 과정에서 참가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그리고 사람들과 작품 사이에 매우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퍼블릭보다는 치열한 공사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소셜 아트라 할 수 있다.

35명의 엔지니어와 기술자, 64명의 인부와 예술대학생들이 동원되었었다. 기술자들이 케이블에 매달려 워키토키로 서로 대화하며 준비를 마친 뒤 마침내 커튼이 내려와 계곡을 덮었을 때 백여명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서로 끌어안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예술가들은 물론이거니와 도우미들까지 커튼이 내려지는 장면, 바로 그 순간을 위해 달려왔다는 듯 마치 제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처음엔 뭐 그런 이상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마지 못해 따라온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작업하는 동안 자신들도 모르게 아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계곡 바로 옆에 골프장이 있는데 골프치던 사람들이 수근대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골짜기쪽을 힐끔거리는 장면이었다. 급기야는 골프보다 그쪽이 더 재미있는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빨리 커튼이 내려왔으면 좋겠다. 못 기다리겠다는 등의 멘트를 날리는 장면에선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 여태 본 적이 없다는 어느 기술자의 말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그가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표정에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기술자의 얼굴을 여러 번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었다. 기술자 인생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아트 바이러스의 힘이다.

벨리 커튼 설치 현장. Photo: Shunk-Kender. © 1972 Estate of Christo V. Javacheff and J. Paul Getty Trust.

© 3.SPACE MAGAZINE/시리즈/크리스토와 잔끌로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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