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entry is part 6 of 6 in the series 진플루언서

ZINE플루언서와 우문현답 이어가기

희귀3종

유 청 오 편

조경사진가. BLUEO 작가, 환경과조경 전속 사진작가


조경계의 “희귀종” 유청오를 만났다. 그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전업 조경사진가이다. 어째서 사진가가 <삽질 3인방>에 속하느냐고 물으면 유청오의 핀테스트 중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에 삼각대를 메고 종일 뙤약볕에서 정원이나 공원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것이 보통 작업이 아님을 알 것이다. 게다가 사다리까지 들고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삽질하는 것 맞다. 유청오는 사진이 좋아 조경설계를 떠나 사진가가 되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막무가내”의 결단이었고 그덕에 조경계는 전속사진사가 생겼다. 자랑할만한 일이다. 유청오가 포착한 조경공간은 장소로 둔갑하여 화면에 나타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귀 기울이는 자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특별한 시선>은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 담긴 감동의 스토리를 끄집어 내어 그가 왜 프로이고 우리는 왜 아마추어인지 이해하게 한다. 그와의 인터뷰는 사진가 유청오를 만나려다 시인 유청오를 함께 만난 매우 특별한 기회였다. 그는 좋아하는 모과나무를 시인의 감성으로 묘사하며 말문을 열었다. [고정희]


고정희 우선 인터뷰에 응해 주어 감사하다. 좋아하는 나무는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는지?

유청오 모과나무를 좋아한다. 이십 년 넘게 산 수유리 본가 마당에 10미터 정도 되는 모과나무가 있다. 모과의 낙화는 과하지 않다. 작은 꽃잎과 비교해서 엄청나게 큰 모과가 열리고 줄기는 그것을 버틴다. 얼핏보면 다관성인듯 보이고 가까이 가면 그늘이 적당히 눈부시다. 심란할 때 가끔 그 아래 서면 쉬어가던 새들 푸드덕 날아간다. 추상화 같은 수피와 적당히 질긴 잎 그리고 시적으로 앙상한 꽃과 풍성한 열매는 좁은 마당 귀퉁이를 지키고 있다. 좋아할 수밖에 없다.

고정희 인터뷰 요청을 받고 놀라는 눈치였다. 의외였나?

유청오 적잖이 놀랐다. 나는 사진으로 인터뷰를 해오던 입장이었다.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격을 되묻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반신과 반의가 동시에 겹쳐들었다.

고정희 그중 반신쪽을 택해줘서 고맙다. 유청오는 학부에서 조경을 전공한 뒤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2012년까지 조경회사에서 일하다 사진가로 전업했다. 2012년 사진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었나? 전업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사진 작가로서의 길이 꽃길은 아닐 것으로 짐작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그때 무슨 생각을 했나?

유청오 상을 받는 경험은 아주 기분 좋은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자존감에 덧대어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기게도 한다. 일거리가 별로 없던 초기에는 자신에게 어떤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뒤바꾼 결정적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조경회사에 다니면서 언젠가 (50대쯤?) 적극적인 사진촬영을 할 수 있을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취미이던지 아님 직업으로든 말이다. 하지만 나중하느니 지금 하나를 택해보자라는 결심을 했다. 돌이켜보면 좀 막무가내였던 것 같다.
아마추어에서 상업사진으로의 변화를 격하게 비유하자면 야생 채집으로 자급하던 것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것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의 뜻에 부합하는 사진을 찍다보면 촬영자의 색을 잊을 수 있는데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종일 사진을 찍고 만원짜리 두어장을 받은적도 있었다. 인물사진이었다. 맞다. 그 금액이 큰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더 자극이 되었다. 자존심의 문제라기보다는 목표가 어디에 있는 가를 떠올렸던 것 같다. 현실이라기 보다는 과정에 대한 성찰이랄까.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다. 맞다 좀 막무가내였다.
중간중간 굳이, 왜, 누가 나를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이것은 지금도 늘 하는 질문이다.) 하는 일 특성상 대단한 개척정신까지 아니더라도 선례가 없으면 작은 배를 바다 한가운데에서 노 저어가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다행히 운이 좋았고 기회를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다양한 일을 거침없이 받아 하려고 했다.

12회의 방문은 그래서 이루어졌다

고정희 처음 의뢰받은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 의뢰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유청오 공식적인 것이라면 마로니에 공원이었다. 그 전에도 많은 것들이 있긴 했지만 환경과조경과 계약하고 의뢰받은 첫 프로젝트였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을이었고 잘찍고 싶은 욕심과 의욕이 넘쳐났다. 리모델한 공간은 퍽이나 다루기 어려웠다. 조성 전/후의 공간이 한데 겹쳐지는 와중에 마로니에공원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덧대어져 초점을 잡기가 어려웠다. 12회의 방문은 그래서 이루어졌다. 그 중 수차례는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저녁까지 서성였다. 결국에는 찍어야 한다는 것, 찍어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하고 싶다.


고정희 조경가로서 풍경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를 포착하는 사진가의 입장으로 180도 방향을 바꾼 셈인데, 아직 조경인 계열에 속한다고 보나? 즉, 조경사진도 조경의 한 분야인가?

유청오 사진가로 풍경을 만들었다고 선뜻 말하기는 어렵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겠는데 발견하여 만들어낸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다. 시공간을 중첩하거나 잘라내어 선택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만들어 낸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단순히 이쁘게 찍는 것이 조경사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경사진은 객관적이면서 동시에 주관적인 점이 녹아드는 매력이 있다.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각색하기도 한다. 손때묻은 수많은 노력들이 이용자로 완성되는 순간을 누군가의 시선을 빌어서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들어진 조경공간은 완성된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용자에 의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조경공간을 그 안에서 담담히 목도하고 담아내는 것이 조경사진이라 생각한다. 조경의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투과해서 보고 결론을 낸다는 점에서 어쩌면 조경업에 한다리 걸쳐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바다 한 가운데에서 쪽배를 노 저어가는 기분

고정희 ㅎㅎ 조경업에 한다리만 걸친 상태에서 작년에 환경과조경에 유청오의 핀테스트를 연재했다. 그걸 읽으며 한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직업인으로서 힘들게 고군분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가? 유청오 작가 외에도 조경사진을 전업으로 하는 동료들이 있는가? 아직은 희귀 직업인 것 같은데.

유청오 아직 조경사진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는 분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정원사진가, 건축사진가는 만나 보았다. 한국에서 조경이라는 분야가 갖고 있는 위치 혹은 위상과 일정부분 함께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수가 작고 업역이 좁다. 그러나 치열하다. 조경사진으로 조경분야가 확대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조경이 확대된다면 함께하는 조경사진가도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

고정희 스스로 수많은 의문들을 제기했는데 혼자 답을 찾아내는가 아니면 어딘가 기댈 언덕이 있나? 롤모델이 있는가?

유청오 좋아하는 사진작가는 많지만 특별히 지정한 롤모델이 있지는 않다. 조경사진으로 대입될 수 있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이나 비슷한 매체로 유명한 사람들은 천재이거나 기인이더라.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눈과 귀를 열고 있다. 나의 사진을 누군가 보았으면 하고 바랄 때 누군가의 사진집을 산다. 남의 가치를 알아야 자신의 가치를 호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혹은 전혀 다른 분야를 기웃거리는데 회화나 영화는 신선한 자극제가 된다.

지극히 냉정한 디지털 기기에서 삶 속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고정희 회화나 영화가 전혀 다른 분야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진이 난무하고 있는 세상이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린다. 카메라 성능도 나날이 좋아져서 그냥 누르기만 해도 웬만큼 사진이 나온다. 이에 사진가로서 위협을 느끼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이 확실히 구분되는 순간이 언제인가. 그 경계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유청오 구식이라거나 꼰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SNS에 관심을 두려 하는 편이다. 하지만 속도를 따르기에는 역부족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조금씩 걸음이 늦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내 사진을 포함한 것들이 공해로 다가가지는 않을지 걱정하곤 한다. 그것도 누군가 봐줘야 공해가 될 테니 둥실둥실 웹에 떠다니는 사진의 많은 숫자에 휘둘리지는 않는다. 사진을 포함, 디지털기기들의 발전으로 인한 사진의 생산은 옳고 그름을 떠나 시대적 흐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배울 것을 찾고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을 가늠해 보기에 좋은 점도 있다. 그럴수록 더욱 자신의 색깔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진은 있을 수 없다. 이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이미지와 영상으로 이루어진 SNS는 누군가의 컨텐츠를 확인하고 재생산함으로써 각자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 되었다. 그것들은 자체로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경관사진은 삶과 무관하지 않기에 안테나를 켜 놓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냉정한 디지털 기기에서 삶 속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이긴 하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밥벌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 기막힌 요리를 만드는 가정주부가 갑자기 밥집을 차려서 원활히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프로는 혼자 잘하는 것은 소용없다. 프로는 본인과 함께 내 사진을 택한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하는 치열함이 있다. 그것이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고정희 좋은 말이다. 수긍이 간다. 2006년부터 사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12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그때의 사적인 사진 스케치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중 도시풍경 또는 인물이 있는 도시풍경에서 유청오의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 일상의 디테일을 포착하여 재치있는 제목을 붙였는데 그 순간 사진 한 장이 이야기로 변하더라. 예를 들어 2014년도에 발표한 시내버스와 유리빌딩 사진에 <진실은 거짓 사이에 있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가? 결국은 이야기꾼인가?

유청오 고백하자면 닥친 작업에 집중하다보니 몇년간 블로그 업데이트를 못했다. 과거 사진까지 꼼꼼히 봐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 살아있는 사진이라 생각한다. 내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누군가 보았을 때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이라는 흔해 빠진 말은 그래서 계속 유효하다. 이야기를 담은 한 장면은 수많은 이야기로 뻗어가는 정거장이 된다. 난해한 사진이 아니라 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남는 사진이고 싶은 욕심에 개인적인 촬영은 지속적으로 하려 한다.

고정희 문자그대로 무심코 포착한 사진들이어서 더욱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의뢰받아 사진을 찍으면 상황이 좀 다를 것으로 짐작한다. 개인적인 감성보다는 의뢰인의 요구를 먼저 고려해야 할텐데 그 사이의 갈등이 있는가? 조경작품 사진 의뢰를 받으면 어떻게 접근하는가? 사전 스터디 할 때 무엇을 고려하고 무엇을 목표로 삼나?

유청오 현실적인 갈등을 하나 들자면 결과물이 설계가 혹은 시공자의 의도와 맞지 않은 품질 혹은 관리상태가 되었을 때 발생한다. 그것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당사자가 더 잘 알기에 체크하고 최대한 프레임 안에서 중심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려한다.
보통의 절차는 의뢰인에게 전반적인 설계시공관련 자료를 받고 드러나길 원하는 사진의 방향이나 스케일을 체크한다. 그리고 날을 잡아 담당자와 함께 포인트를 체크한다. 그리고 적당한 일시를 정하여 촬영한다. 이 개략적인 절차가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순서를 되도록 지키려 하고 있다.
의뢰인을 대할 때 무엇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의뢰자 및 현장(결과물)과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설계자, 시공자, 이용자, 발주자 등 관계가 되어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들으려 하는데, 이때 현장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된다. (모든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니 자료분석이 중요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상지에서 받은 울림이 촬영자에게 공명하지 못하면 기계적으로 촬영하게 되는데 그것은 경계하는 편이다. 쉽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최대한 공간의 입체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것이 사전 스터디의 핵심이다. 건축의 입면, 측면, 배면과도 같은 소위 정형성과 다르게 조경에서 포인트는 매 현장마다 안팍으로 다르게 펼쳐지기 때문에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핸드폰 사진만도 못한 알록달록한 사진만 될 뿐이다. 대상지와 궁합이 잘 맞으면 빈 공간에 신기루처럼 사람들이 채워지고 조경공간과 함께 담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런 촬영에서 의뢰인의 피드백이 좋다. 단순해 보였던 공간이 장소로 사진에 담기는 것이 의뢰 받는 사진촬영의 목표다.

집착이 불러온 참사랄까

고정희 단순해 보였던 공간이 장소로 사진에 담기는 것. 곱씹게 된다. 유청오는 공간이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자주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진으로 공간이 아닌 장소를 담아내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가?

유청오 형태만 존재하는 것이 공간이라면 의미가 덧대어진 곳이 장소가 아닐까 한다. 의미는 부여하는 대로 달라지니 정의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좀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다. 사람이 쓰자고 만든 곳에 사람들이 지나고 머무르며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고 이것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당장 한장의 사진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사람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일이 되기도 한다. 작게는 정성스럽게 쌓아둔 조약돌이 될 수도 있고 새로난 샛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나는 산길에 풀잎들이 발자국 피하자고 자연스레 옆으로 누운 모습이 찍힌 사진 한장에서 장소로 느껴질 수 있다. 분석도 필요하지만 감성 혹은 낭만적인 시선이랄까 그런 것이 조경사진에는 필요하다고 본다.

고정희 사진을 찍을 때 나중에 사진을 보게 될 눈을 의식하고 찍는가? 관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관객들이 나중에 보여주고자 한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실망하거나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지? 우리나라의 독자는 피드백을 매우 아낀다. 사진은 피드백을 좀 받는가? 작가에게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비니 마스 초청 강연회 때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찍은 스냅샷. © BLUEO 유청오

유청오 의뢰받은 사진은 의뢰자가 의식하는 것을 염두하고 찍는다. 의식과 떨어질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신기하게도 사진의 질이 떨어질 때가 많다. 집착이 불러온 참사랄까. 온전히 대상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한다. 공감대를 자꾸 강조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진은 결국 다른 이에게도 큰 울림을 주지 못하게 되거나 어디선가 본 사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디선가 본 사진도 분명 사진이긴 하다. 클리셰(Cliche)처럼 되는데 이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안그래도 찍는 것이 일인데 각기 다른 공간을 컨베이어밸트에서 찍어내듯 하는 것은 죄책감 든다. 말하고 보니 두서없다. 타인의식과 자의식에서 강팡질팡 하는것이 사진찍는 일이 아닐까 한다.
정성스럽게 내보인 것을 관객은 알아봐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사실 객석이란 자리는 팔짱끼고 앉아있는 비판적 자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해놓은 것을 지적하는 것은 어찌보면 쉽지 않은가.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해도 그럴 것이라 짐작한다. 관객의 칭찬이던 비판이던 받아들이고 때로는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는 스스로 부족한 것을 찾아내고 더욱 집중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마음 다잡는다. 가끔씩 다가와 이러저러한 사진 잘 봤다는 멘트가 용기를 주고 감사해한다. 사진은 사진가 본인을 포함해서 봐 줄 누군가를 위해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한 명이라도 관객이 있다면 찍어야 한다. 부디 긍정적인 피드백이면 좋겠지만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하고 싶다.

고정희 2019년 겨울, 토포텍의 라인카노 대표를 동반하고 귀국했을 때 유청오 기자를 처음 만났다. 그때 미팅 장소에 나타나 사진을 찍어 신경이 좀 쓰였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인물 사진이 아주 좋았다(내 사진말고 라인카노 사진). 비니 마스 초청 강연때 찍은 그의 인물 사진도 매우 출중했다. 둘 다 정식으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초상화가 아니라 스냅샷이었다. 인물 사진에 대한 애착이 있는가? 인물사진과 풍경사진을 굳이 비교하자면 어느 쪽에 더 끌리는가?

LH 2회 가든쇼 해외 작가 초청정원. “BLACK OVER BLACK” © BLUEO 유청오

나무하나 꽃하나까지 분해하고 다시 조합하는 풍경촬영은 예측불가한 변수의 합

유청오 인터뷰 중 촬영은 집중을 흐트릴 수 있어 조심한다고 하는데 트인 공간이라 움직임의 노출이 많았다. 아마도 장소가 트여있어 더욱 산만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사진에 대한 칭찬 감사하다. 인물 사진은 사진을 취미에서 업으로 바꾸면서도 계속해서 진행해온 작업이기에 애착이 있다. 인물 사진의 매력은 각기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이력이 드러나도록 촬영하는 것에 있다. 촬영의 방법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다양한 변수들을 헤치고 대상의 특성을 발견하면서 자연스레 대상에 끌리기도 한다. 대상이 바뀌면 촬영자의 접근 방식도 달라진다. 마치 경관을 다루는데 있어 대상지마다 같은 경우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인물과 풍경사진을 되도록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한가지 관점에 매몰될 수 있는 자신을 다른 촬영의 접근방식이 바로잡아 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인물사진이 풍경사진에 모티브를 줄 때가 있고 반대가 되기도 한다.
풍경과 인물사진 중 굳이 둘 중 한 가지만 남은 평생을 해야 한다면 풍경을 꼽겠다. 사람이 있는 풍경사진이라면 더 좋겠다. 풍경사진은 한 장의 사진에도 의미가 있지만 준비와 기다림, 촬영과 후작업의 과정이 온전히 자신과 대화하듯이 이루어진다. 대상지라는 하나의 커다란 피사체를 나무하나 꽃하나까지 분해하고 다시 조합하는 풍경촬영은 기후와 같은 수많은 예측 불가한 변수를 합치고 솎아내다 결국은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마치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단지 물고기 낚기만을 위해 수변으로 나가지 않는 것처럼 촬영도 카메라 조작만을 위해 현장에 있지 않을때가 있다. 그것이 지금은 아니지만 나이들어서도 체력이 허락한다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정희 서울숲 사진을 유난히 많이 찍었다. 직업적인 관계 외에 개인적으로 서울숲을 좋아하는가? 사진전도 열었으니 특별한 관계일 것으로 짐작된다.

유청오 몇 년째 계속 촬영하다보니 의무감 이상의 정이 들어버렸다. 공원의 변해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이 참 좋은 편이다. 자신이 게으른 편이라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한국의 공원 혹은 좁혀서 서울의 공원을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시작이 서울숲공원이기도 하다.
서울숲 관계자 분들은 현실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나무 하나에서부터 설비 그리고 운영프로그램까지 수많은 것들을 처리하면서 민원도 상대한다. 옆에서 그저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대단하다는 생각 든다. 여러모로 참 많이 배운다. 몇 년을 대화하며 지내온 탓에 친해져 서로 반가운 사이가 되었다. 촬영을 위해 크고 작은 것들을 배려해 주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다.

고정희 서울의 공원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일일 것 같다. 그런데 언젠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어 스스로에게 기가 막힌(?) 한 장의 사진 혹은 장면일지라도 모두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스스로에게 기가 막힌 그 한 장의 사진이 있는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유청오 한장은 매번 달라진다. 그 중 서울숲에서 찍은 사진이 기억에 남는데 우연히 잡힌 장면이다. 더운 여름 울창한 그늘 아래서 노인 한분이 돋보기로 책을 읽고 있었다. 새하얀 머리가 빛나고 있었고 나무그늘 아래 나무 평상에 앉아 있었다. 뒤로는 청년과 장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눕거나 앉아 쉬고 있었다. 노인의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겹쳐지는 것으로 보였다. 뿌리를 내리거나 내리지 못한 것들이 쉴 수 있는 곳이 역시 공원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를 뒤로하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빛 한자락 내리면 손에 잡히는 것 무엇 하나 쥐고서 멍하니 바라보면서 쉴 수 있는 것이 공원 아닌가 생각들었다.

고정희 오늘 사진가 유청오 뿐 아니라 시인 유청오와도 만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진전 계획이나 출판 계획이 있으면 말해달라.

유청오 우연한 계기로 몇년 전 출판사 등록을 해놓았다. 등록세만 매년 내고 있는데 아까운줄 모르고 계속 시간만 보내고 있다. 조경사진을 주제로 사진전이나 사진집을 올해는 꼭 내고 싶다.


고정희 올해 유청오 사진집을 펼쳐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가막힌 그 한 장의 사진. 서울숲에서. 사진: BLUEO 유청오

유청오 작가님 좋은 시간 감사드립니다.

유청오는,

모과 향을 맡으며 이십 대의 청년이 되어 자연스럽게 조경학과에 진학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졸업한 뒤 가원조경설계사무소에서 조경설계실무를 익혔다. 그러나 그는 학창시절부터 이미 사진가로서의 경력을 남몰래 쌓고 있었다. 2003년 경원대 우정상 교수 작품집에 참여한 것을 선두로 웹진촬영, 사보 촬영이 이어졌으며 2012년 필립모리스 바다사랑 사진 공모전에서 금상을 거머쥐었다. 막무가내로 조경설계사무소를 떠나 사진가의 길로 접어들만 했다. 2013년 전통문화사진 특상이 이어졌으며 2014년 조경사진공모전에 입선하면서 그는 어느 새 사진작가로 성장해 있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환경과조경의 전속작가로 월간 환경과조경, 월간 ECOSCAPE의 조경 및 인터뷰 촬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청오의 이한컷’ 코너를 연재 중이다. 그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주)그룹한어소시에이트 20주년 작품집, (주)동심원 작품집 및 기타 여러 단행본을 탄생시켰고 2016년부터 서울숲을 제집 정원처럼 드나들며 지금까지 사계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soulguitar@naver.com


© 3.SPACE MAGAZINE/진플루언서와 우문현답 이어가기/유청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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