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죽음의 성물 1호 – 딱총나무 마술봉(지팡이)

딱총나무는 유럽 문화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그건 해리 포터 세계 속의 죽음의 성물 1호가 딱총나무로 만든 마술봉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딱총나무, 그중에서도 검은 열매를 맺는 서양딱총나무Sambucus nigra는 예로부터 마법의 나무로 인식되었었다. 지금도 민간요법에선 딱총나무 꽃과 열매는 만병통치의 영약 정도로 인식된다.

죽음의 성물 1호가 공연히 딱총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도 공방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죽음Death”이 직접 만든 것이니 그 마법의 힘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해리 포터처럼 죽음을 초월한 자만이 마술봉 자체가 가진 마법의 힘을 견딜 수 있다고도 한다.

딱총나무 마술봉이 탄생한 경위는 해리 포터 마지막 편에 나온다. 직접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마법계에서 전해지는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온다. 즉. 이야기 속의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샘처럼 솟는 해리포터의 저자  J.K. Rowling여사는 마지막 장면을 위해 별도로 이야기 책을 쓴다.  그리고 마치 음유시인 비들이라는 자가 쓴 이야기 책인 것처럼 설정한다. 실제로도 The Tales of Beadle the Bard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 중 삼형제 이야기는 이렇다.

아주 먼 옛날, 마술사 삼 형제가 길을 가다가 강가에 이르렀다. 물이 너무 깊어 헤엄쳐 건너기에는 위험해 보였다. 삼 형제는 마술봉을 휘둘러 위험한 강물 위에 다리를 놓았다. 다리 중간까지 갔을 때 어떤 형상이 나타나 길을 막았다. 죽음이었다.

죽음은 삼형제가 물에 빠져 죽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강가에서 기다렸는데 다리를 놓는 꾀를 쓰는 바람에 세 구의 시신을 놓쳤다. 몹시 불쾌했지만 삼 형제의 뛰어남을 칭찬하는 척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상을 주겠다고 말했다.

호전적인 맏형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술봉을 달라고 했다. 어떤 결투 상대라도 다 이길 수 있는 마술봉이야말로 죽음을 이긴 마술사에 어울리지 않겠는가! 죽음은 강가에 서 있는 딱총나무 가지를 잘라 마술봉을 만들어 맏형에게 건넸다.

둘째는 거만했다. 그는 죽음을 더욱 욕 보이고 싶었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힘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죽음은 강가에서 돌을 하나 주워 둘째에게 건넸다. 이 돌은 죽은 자를 환생시키는 힘이 있다고 했다.

이제 죽음은 셋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셋째는 겸허하고 현명하여 죽음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에게 쫓기지 않고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무언가를 달라고 청했다. 죽음은 마지 못해서 자신의 투명 망토를 벗어 주었다.

삼형제는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갔다.

맏형은 일주일 정도 여행하다가 어느 먼 곳의 마을에 도달했다. 전에 다툰 적이 있는 마술사가 사는 마을이었다. 그를 찾아가 대결을 청했다. 무적의 마술봉을 휘둘러 상대를 죽이고 시신을 내버려 둔 채 여각으로 갔다. 여각에서 죽음을 이기고 무적의 마술봉을 얻었다고 떠벌렸다. 그날 밤 취해 자는 동안 누군가 몰래 숨어들어 칼로 맏형의 목을 벤 후 마술봉을 훔쳐 달아났다.

이렇게 하여 죽음은 맏형의 목숨을 취했다. 죽음이 준 선물은 선물이 아니라 죽음으로 확실히 이끌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J.K. Rowling, The Tale of Three Brothers, in: The Tales of Beadle the Bard. pp. 87-91

 

나중에 이 마술봉이 겔러트 그린델왈드를 거쳐 덤블도어의 손에 들어간다. 덤블도어가 죽고 그와 함께 묻힌 것을 볼드모트가 무덤을 열어 취했다. 마지막 쇼다운에서 해리 포터의 손에 넘어간다. 해리는 그 말썽 많은 딱총나무 봉을 강에 던져 폐기처분하는데….

과연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죽음이 만든 마술봉이 강물에 던졌다고 사라졌을까? 아마도 물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죽음이 다시 손에 넣었을 것 같다. 

아래 영상은 영화 중에 나오는 삼형제 이야기 에니메이션인데  너무 출중하여 따 보았다. 저작권 시비가 붙지 않도록 딱총나무로 타이틀롤을 대신하고  자막을 넣어 보았다.  

 

 

 


 

서양딱총나무 Sambucus nigra

죽음, 즉 사신이 마침 강가에 서 있는 딱총나무 가지를 꺾어 마술봉을 만든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서양딱총나무는 죽음, 어둠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약간 오싹한 기분이 드는 나무인데 귀신 내지는 사자들의 세계를 관장하는 여신이 깃든다고 했다. 죽음의 세계와 삶의 세계 경계에 서 있는 나무라서 죽음을 극복하거나, 죽음을 예언하는 나무라 여겼다. 서양딱총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면 땅 속으로 끌려들어간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꽃, 열매, 껍질 모두 효능이 엄청나서 나무 전체가 약국과 진배었다. 그래서 마당에 한 그루씩 심고 가족의 안녕을 책임지게 했다. 딱총나무 앞을 지나갈 땐 모자를 벗었고 가지를 자를 때면 나무 앞에 공손히 끊어앉아 허락을 구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나무를 함부로 자르거나 벌목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특히 식물을 전반적으로 몹시 신성시했던 켈트족 사이에 딱총나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1]Fischer-Rizzi 103: Storl 288 

식물학적으로 보면 인동나무과 딱총나무 속의 나무로 약 20종이 있다. 열매가 빨간 것, 파란 것, 악취가 나는 것 등 다양한데 우리가 서양딱총나무라 부르는(국가표준식물정보) 종, nigra가 가장 보편적이다. 보통 딱총나무라 하면  이 종을 말한다.

대개 4m 내외, 잘하면 6m, 시골 들판에서는 10m까지도 자라는 관목 내지는 소교목이다. 곧게 자라지만 가지가 휘는 것이 특징이며 잎이 매우 풍성하여 나무 전체가 덤불의 느낌을 준다.

여러모로 (양)극적인 나무다. 꽃은 희고 열매는 검고, 수형이 단단하고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있어 무거워 보이지만 가지는 코르크와 유사한 구조로서 매우 가볍다. 독성이 있지만  치유효과도 매우 높다. 열매에 들어 있는 독성은 고온으로 가열하면 모두 분해되기 때문에 끓여서 잼이나 시럽을 만든다. 작은 새들이 즐겨 먹을 정도로 독성은 미미한 편이다. 

잎은 다섯에서 일곱 장의 갸름한 잎이 마주나기로 모여 깃털모양으로 자란다. 잎 하나의 길이는 약 12cm 정도까지, 깃털 전체는 30cm가량 된다.  좀 성급한 편이라  4월이면 이미 잎이 거의 다 완성되어 남보다 일찍 진한 녹색을 선보인다. 

흰꽃은 전형적인 산방화로서 펼쳐 놓은 작은 우산 모양으로 핀다. 5월에 일찍 개화하여 7월까지 계속 피며 특유의 냄새가 난다. 썩 좋은 향은 아니다.  꽃우산을 통째로 타서 반죽을 입혀 튀겨먹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꽃을 말려 보관했다가 차를 달여 마시거나 설탕에 재어 시럽을 만든다. 겨울이 시작되면 감기예방 용으로 복용한다. 땀을 빼는 효과가 있어 자연산 감기 치료제로도 쓰임새가 크다. 감기 외에도 신장염, 방광염 등에 효과가 있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며 혈액순환을 돕는다. 

8월부터 열매를 맺는데 초기에는 붉은 색을 띠다가 검게 변한다. 딱총나무 열매가 검게 익으면 가을이 왔다고 말한다. 열매의 직경은 약 6mm 정도로 작지만 핵과에 속하며 주렁주렁 풍성하게 열린다. 열매에는 비타민 C와 칼륨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나 미약하게 삼부킨이라는 독성도 함유되어 있어 열매를 많이 섭취하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장세척에 민간요법으로 쓰기도 한다. 

특히 항산화물질이 풍부한데 이는 세포벽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염증을 막고 열을 내리게 하며 진통효과도 있다. 세포벽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능으로 인해 열매에서 낸 즙이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꽃과 열매 뿐 아니라 잎도 류마티스 치료제로 쓰인다. 

열매 100g에 함유된 성분(평균) 함량
열량 54 kcal
지방 2 g
단백질 2.5 g
탄수화물 6.5 g
칼륨 305 mg
나트륨 4 mg
칼슘 35 mg
마그네슘 30 mg
비타민 A 60 µg
베타 카로틴 360 µg
비타민 C 18 mg

 

식물적용의 관점에서 본 서양딱총나무

환경적응력이 매우 뛰어나고 내성이 강해 어디서나 잘 자란다. 유럽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에 속한다. 그 외 시베리아 서부, 인도 북부, 캅카스 지방, 소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에 분포되어 있다. 반그늘 잡초가 무성한 풀밭, 길섶 등에서 자연적으로 자란다. 석회질이 섞이고 질소가 풍부한 점질 토양을 선호하지만 실은 어떤 토양도 마다하지 않는다. 토양이 매우 건조하면 성장세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서양딱총나무가 유난히 많이 서식하는 곳은 토양 질소가 풍부한 곳임을 알 수 있는 질소표지식물이기도 하다. 1500m 고지에서도 서식한다.

딱총나무는 전원에 잘 어을리는 식물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일년에 키 30~50cm, 폭 50~70cm 이상 자라는 속성수이며 뿌리가 얕고 넓게 펴져 땅을 갈아 주는 등 개척종으로 분류되어 재생지나 공원의 조기 녹화에 적합하다. 면적을 빠르게 채워야 할 때 적용하기 좋은 식물이다.  

꽃은 곤충을 위해, 열매는 조류의 먹이로, 잎은 애벌레의 보금자리와 먹이로서 동물의 서식을 위해서도 그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그러므로 자연 정원, 생태 정원에 단골로 등장한다. 약효가 높기 때문에 허브정원이나 의약정원에 빠질 수 없다. 

경쟁력이 강하고 양지에서도 잘 자라지만 그늘을 견디므로 풍성한 울타리를 만들 때 매우 적합하다. 독립수로 심어 공간을 넉넉히 할애해 주면 제대로 성장하여 수년 뒤에는 그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주택정원이나 작은 녹지, 공원에도 파빌리언 옆, 트렐리스 주변, 입구 등에 독립수로 심고, 울타리 용으로 심는다. 공원에 숲과 같은 풍경을 조성할 때 그 가장자리에 그룹으로 심어주면 좋고 물가에도 작은 그룹으로 심으면 물가 풍경을 풍성하게 한다. 그늘을 견디기 때문에 대형목 하부에 심어도 문제없이 자란다. 주택정원, 주말정원, 커뮤니티정원 등지에서는 꽃과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심는다. 

 


참고자료:

  • Susanne Fischer, Blätter von Bäumen, Hugendubel 2001, pp.101-107
  • Hermann Göritz, Laub- und Nadelgehölze,VEB Verlag 1986, p. 101
  • J.K. Rowling, “The Tale of Three Brothers”, in: The Tales of Beadle the Bard, pp. 87-91
  • Wolf-Dieter Storl, Die Pflanzen der Kelten, MensSana 2010, pp. 2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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