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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그림 달력 11월

Jean Colomb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그림 달력 11월

19세기까지 유럽의 돼지들은 행복한 편이었다. 가을이 오면 숲속에 들어가 도토리와 밤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11월 달력은 숲에 돼지를 몰고 가서 도토리를 먹이는 장면이다. 숲의 경제적 가치를 목재 생산량이 아니라 도토리 생산량으로 환산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집돼지들이 산돼지처럼 생겼었다고 한다. 그림 속의 돼지들도 산돼지를 연상시킨다.

전갈자리와 궁수자리를 정교하게 묘사한 11월 달력은 베르 공작 사후에 그린 것이라서 베리 공작 가문의 성을 그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풍경을 사실적인 필치로 묘사한 것이 눈에 띈다. 멀리 보이는 산맥과 굽이굽이 흐르는 넓은 강을 푸른색으로 그려 아련히 뒤로 물러가게 했고 높은 언덕, 숲, 그리고 정체 모를 성의 일부를 근경으로 잡았다. 달력 제작을 시작한 지 근 60년 뒤에 그렸다는데 그래서인지 그림이 훨씬 성숙하다.

앞쪽 농부의 포즈가 드라마틱 하여 마치 춤추는 것 같은데 실은 손에 든 막대기를 힘껏 던지기 직전의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농부들이 막대기를 나무에 던져 도토리를 떨어뜨렸다고 한다. 열심히 도토리를 주워 먹는 돼지들을 견공이 지키고 있고 뒤편 숲속에서는 다른 농부들이 돼지를 먹이고 있다. 도토리를 먹은 돼지로 만든 햄은 독특한 향기를 지녀 인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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