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는 2025년 4월부터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했지만, 시행 3주 만에 과태료 부과를 중단했다. 2026년 1월 1일 전면 단속을 재개한 뒤 브루클린에서만 1,500명 넘는 주민이 과태료를 물었다. 그러나 실제 분리 배출량은 여전히 낮다. 모범 지역으로 꼽히는 맨해튼 어퍼웨스트사이드조차 13.5% 수준이다. 뉴욕시의회에서는 시 당국이 지역 퇴비 공동체community composting 지원을 삭감한 것이 이 실패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써드스페이스매거진에 이아롬 에디터의 신간 <유기농펑크 선언>이 6년에 걸쳐 도달한 결론도 정확히 같다. 시민을 수동적인 ‘배출자’로만 두는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한국은 이미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에 익숙한 나라다. 하지만 ‘분리해서 버리는 것’과 ‘다시 순환시키는 것’은 같은 말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시작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식은 소비를 더 하는 방식이 아니라, 쓰레기를 발생지에서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6년간 이 문제를 통과해 왔다. 전기를 쓰지 않고, 마당도 필요 없고, 유지비도 들지 않는 ‘보카시 컴포스팅’으로 아파트 부엌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켰고, 그것을 비울 곳을 찾아 동네 공원에 ‘분해정원’을 만들었으며, 다시 그 퇴비가 농가로 흘러가도록 농민시장(마르쉐)에 ‘퇴비클럽’을 열었다. 부엌에서 시작해 밥상으로 돌아오는 순환 하나를, 개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기록이다.
쓰레기 잘 버리는 법이 아니라, 없애는 법
도시에서 음식물쓰레기는 대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내야 할 대상이다. 먹고 남은 것은 봉투에 담아 집 밖으로 내놓고, 그 뒤 어디로 가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도 개인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친환경 제품을 새로 구입하거나 일회용품을 줄이는 정도에 머물기 쉽다.
<유기농펑크 선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쓰레기를 잘 버리는 법이 아니라 아예 쓰레기를 내 손으로 없애는 방법을 제안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미생물로 발효한 뒤 흙으로 돌려보내는 ‘보카시 컴포스팅’이다.
책은 퇴비화를 거창한 환경운동이나 전문 농업기술이 아닌, 도시의 작은 부엌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일상의 기술로 소개한다. 밀폐용기와 미생물 제제, 음식물 찌꺼기 정도면 충분하다. 음식물 쓰레기가 악취 나는 폐기물에서 흙으로 돌아갈 유기물로 바뀌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에디터가 퇴비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농업과 폐기물 문제에 대한 오랜 문제의식이 있었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공부하며 산업형 농업에 대해 고민했고, 개인이 분리배출한 쓰레기조차 결국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데 무력감을 느꼈다.
퇴비는 달랐다.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달리 음식물 쓰레기는 자신의 손 안에서 처리 과정이 끝날 수 있었다. 책은 이 경험을 기후위기 시대의 ‘자기효능감’과 연결한다. 거대한 시스템을 단숨에 바꿀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만들어낸 음식물 쓰레기만큼은 직접 흙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방구석 퇴비통은 어떻게 공동체가 됐나
이야기는 개인적인 실천에 머물지 않는다. 집에서 만든 퇴비를 더 이상 둘 곳이 없어지자 저자는 동네 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인천의 ‘귤현동분해정원’이다.
동네 공원에 퇴비를 넣을 흙을 마련하고 이웃들과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퇴비통은 느슨한 지역 공동체로 확장됐다. 로컬 카페와 주민이 참여했고, 이후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운영한 ‘퇴비클럽’을 통해서는 도시에서 만들어진 유기물을 농가로 보내는 실험도 이어졌다. 도시에서 나온 음식물이 퇴비가 되어 농지로 돌아가고, 그 땅에서 난 먹거리가 다시 도시로 오는 작은 순환 구조다.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시민 활동을 성공담으로만 포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공 지원 사업에서는 제안자 개인의 헌신과 무급 노동이 당연하게 요구되고, 공동체 활동이 몇 년간 이어진 뒤에도 기획과 운영 부담은 특정 사람에게 집중된다. ‘누칼협’과 ‘스불재’ 같은 인터넷 신조어까지 끌어오며, 자발적으로 시작한 공익활동이 어떻게 번아웃으로 이어지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한다. 무보수와 선의로 굴러가는 판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기 이야기로 읽힐 것이다.
그럼에도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함께할 사람이 생겼을 때 실천이 훨씬 오래간다는 경험 때문이다. 혼자일 때는 ‘유난 떠는 사람’이던 이들이 서로를 만나면서 자신의 선택을 더 즐겁게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펑크’는 무엇인가
‘유기농펑크’는 친환경적인 삶을 세련된 소비 취향으로 만드는 태도와 거리를 둔다. 더 좋은 물건을 사는 대신 이미 가진 통을 활용하고, 버려질 음식물을 다시 흙으로 만들고, 필요하면 이웃과 작은 공동체를 조직한다. 여기서 말하는 펑크는 거대 시스템 바깥에서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해보는 DIY 정신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은 환경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실용서다. 저자가 겪은 시행착오를 따라가는 6개의 장 사이사이에 독자가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넣었다. 가정에서 보카시 퇴비를 시작하는 준비물과 발효 과정부터 벌레나 곰팡이가 생겼을 때의 대응법, 도시에서 퇴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부지 선정과 농가 연결 방법까지 단계별로 설명한다. 장기간 무급 공익활동을 지속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활동가의 번아웃을 피하는 현실적인 조언도 담았다.
기후위기에 관한 이야기는 흔히 너무 크다. 탄소 배출량, 에너지 전환, 국제협약처럼 개인이 당장 손댈 수 없는 문제들이 앞에 놓인다. <유기농펑크 선언>은 그 거대한 이야기 대신 오늘 저녁 부엌에서 나온 채소 껍질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먹고 남은 것을 쓰레기통에 넣을 것인가, 흙으로 돌려보낼 것인가. 저자가 말하는 ‘퇴비 혁명’은 그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유기농펑크 선언, 이아롬 / 도서출판 이김 / 24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