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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의 마술지팡이 – 호랑가시나무

고정희

해리 포터의 마술지팡이는 호랑가시나무

글: 고 정 희

어린 해리 포터가 호그와크에 입학하기 위해 구입한 지팡이가 불사조의 깃털을 심으로 넣고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지팡이를 처음 구입하기 위해 개릭 올리밴더의 상점에 갔을 때의 장면이 흥미롭다. 지팡이 마스터 올리밴더가 해리포터에게 지팡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마법사가 지팡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지팡이가 마법사를 선택하는 것이란다. 지팡이학을 연구한 우리들에게는 확실하지. 마법사와 지팡이의 관계는 실로 복잡한데 처음엔 서로 이끌린단다. 그리고 함께 모험을 하면서 지팡이는 마법사로부터 배우고 마법사는 지팡이로부터 배우지.” (해리 포터 시리즈 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중에서. 영화에서는 마지막 편에 대화장면이 나온다.)

불사조의 깃털, 그것도 덤블도어 교장의 불사조 폭스의 깃털이 들어있으니 마법이 어마무시할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왜 유럽 호랑가시나무였을까?

유럽호랑가시나무 Ilex aquifolium

감탕나무과 관목 내지는 소교목. 중부 유럽, 겨울이 아주 매섭지 않은 곳에 자생한다. 감탕나무 속중 유럽호랑가시나무 Ilex aquifolium가 유일한 자생종이다. 공원이나 정원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다. 지중해 연안이나 북아프리카에서도 서식하는데 이 경우 더운 곳을 피해 높은 산 속에서 지낸다. 한국의 호랑가시나무 Ilex cornuta와 매우 흡사하다. 한편 한국에서는 남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다.

늘푸른나무로 겨울에도 짙은 녹색을 잃지 않는데다가 겨울에 빨간 열매가 다닥다닥 열리기 때문에 영국, 프랑스 및 북미에서는 빨간 열매가 달린 가지를 성탄절 장식용으로 쓴다. 흔한 나무가 아니고 공원에서 꺾을 수는 없으니 성탄절에 집을 장식하려면 꽃집에서 구입해야 한다.

예전엔 크리스마스카드의 가장 대표적인 모티브였다. 뾰족한 가시가 달린 잎과 빨간 열매는 성탄절 카드 뿐 아니라 성탄절 선물 포장지 등의 그래픽 요소로 매우 중요하여 거의 성탄절의 상징 나무처럼 여겼다. 지금은 포인세티아나 아마릴리스 등의 화려하고 큰 꽃에 밀려났다.

지역에 따라 성장세에 편차가 커서 2미터에서 25미터까지 자란다. 송진이 없어 끈끈하지 않은 것도 장식용으로 각광받는 이유로 보인다. 잎이 두껍고 반들거리며 가장자리에 톱니 모양의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비교적 크게 자란 나무를 보면 아래 쪽 잎은 날카롭게 뾰족거리지만 높은 곳의 잎은 매끄러운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동물들이 잎을 따먹을 수 있는 낮은 곳에서는 방어하고 닿지 못하는 높은 곳은 방어 장치가 필요없으므로 애써 가시를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가히 경제적이다.

짙은 녹색으로 빈틈없이 빽빽하게 자라는 잎, 그 잎에 달린 뾰족한 가시, 주술적인 빨간 열매, 그리고 겨울을 이겨낸다는 점 등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풍긴다. 온갖 잡귀나 병해충을 문제없이 물리쳐줄 것 같은 신뢰감이 가는 나무다. 옛 사람들이 성탄절 장식 나무로 호랑가시나무를 선택한 진정한 이유다. 늘 그러하듯 본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해리 포터 등의 소설이나 식물의 상징성을 다룬 서적 등을 통해서만 새삼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해리 포터의 저자 저자 J.K. 롤링은 악의 화신, 볼드모트를 마침내 무찌르고 마는 해리포터의 지팡이 소재로 호랑가시나무를 택했다. 실로 절묘한 선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J.K. 롤링이 지팡이 나무를 임의로 정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볼드모트의 지팡이 나무로 주목을 선택한 것을 보면 확실해 진다. 그러므로 다음 이야기 대상은 주목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참고자료:

 

© 3. SPACE MAGAZINE/나무이야기/해리포터의 지팡이-호랑가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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