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빌레트 공원, 21세기 공원의 프로토타입이 되지 못했나?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 현상공모를 치른지 40년이 지났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이 공원 컨셉이야말로 21세기 공원의 프로토타입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아직 이 공원의 컨셉을 모델로 삼아  조성한 공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따라해 보기에는 26개의 빨간 폴리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너무 부담스러웠을까. 아니면 공원 속에 도시를 앉힌다는 생각, 그로 인해 공원이 도시 구역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적응하기 어려운 걸까. 아니면 베르나르 추미의 컨셉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까.

베르나르 추미의 해체주의를 간략하게 해체해 보고자 한다. 

 

베르나르 추미는 무엇을 해체했나?

1983년 라빌레트공원 국제현상공모에서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의 작품이 당선되었을 때 유럽 조경계가 시끄러웠다. 조경가들은 건축가의 작품이 뽑혔다고 삐죽댔다. 한편 21세기 형의 공원 컨셉이 나타났다고 흥분하여 외친 평론가도 있었다. 추미의 컨셉에서 새로웠던 것은 공원의 개념일 것이다. 기존의 공원이 도시 안에 존재하는 녹색의 별천지였다면 추미의 라빌레트공원은 이를 뒤집어서 공원 안에 도시가 들어앉은 형상이다. 도시적 기능 공간을 공원에 수용하여 이제 공원 그 자체가 도시의 한 구역이 되었다. 이를 위해 도시 구역 하나를 체계적으로 해체하여 재배치한 것이다.

라빌레트 공원은 보통 해체주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추미는 매우 치밀한 분석가다. 도시 한 구역을 해체해서 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각각 한군데 모아 보았다. 빌딩, 주변 공간(도로 등 포장면적), 오픈스페이스 – 이렇게 크게 세가지 구성요소로 정리되었다. 면적 비율로 보았을 때 오픈스페이스가 가장 크고 그 다음 도로 등 포장면적, 그리고 건축이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작았다. 고로 넓은 오픈스페이스에 작은 건축이 들어가는 것이 마땅해 보였다. 다음 단계로 건축과 그 주변의 포장면적을 ‘폭파’했다. 더 이상 해체할 수 없는 최소단위까지 분해했는데 이렇게해서 건물과 주면면적의 기본 단위를 하나씩 얻어냈다. 그리고 이를 폴리La Folie라 정의했다. 다행히 오픈스페이스는 폭파하지 않았다. 그대신 그 안에 폴리들을 고루 분산 배치했다. 물론 그리드에 맞추어 정연하게. 

애초에 25개의 폴리를 계획했으나 입장료를 받는 공원이다 보니 매표소가 필요했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26개의 폴리가 탄생했다. 

아래 다이어그램을 보면 도시 속 덩어리와 이들이 분해되어 <폴리>로 재배치되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표현되어 있다.

 

라빌레트 공원의 새빨간 일상

라빌레트 공원은 휴식이나 산책 혹은 운동하기 위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필하모니를 위시한 음악도시가 들어섰고 연극무대, 영화관, 콘서트홀, 카페, 레스토랑, 아동교육시설, 편의점 등등. 주거기능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도시기능이 수렴되었다.

하릴없이 공원의 볼거리로 서 있던 풍경정원의 폴리들이 각양각색으로 디자인되었다면, 이제 기능과 역할이 각각 주어진 라빌레트의 폴리는 모두 동일한 철판 소재로 지은 빨간색 제복을 입었다. 라빌레트 공원은 도시 속 녹색의 별천지가 아니라 새빨간 일상이 되었다. 

추미는 20세기 말의 상황을 광기라 정의했다. 지금의 상황은 18세기의 휴머니즘과도 멀고 20세기 초 모더니즘과도 멀리 떨어져 나와 이제 기능과 형태와 사회적 가치가 제각각으로 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폭파’시켜 재조합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광기라 이름한 빨간 폴리는 그 상징인 셈이다. 

Déconstruction Programmatique. Bernard Tschumi 2014. p. 39

 

 

 

라빌레트공원의 ‘광기’

La Folie/madness

추미는 공원에 배치된 26개의 폴리를 일컬어 광기madness라고 불렀다.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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