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다른 서양정원사 책과 확실히 구분되는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양정원사 책이 정원양식의 흐름을 살핀다면 이 책은 식물이 주인공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식물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식물이 어떻게 적용되었는가를 살피면서 간접적으로 정원 디자인 양식에 접근합니다. 식물적용이 정원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매우 특별한 책입니다.

1992년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 제목도 “서양정원사 속의 식물들 Plants in Garden History“이었습니다. 나중에 1999년 개정판을 내면서 ”정원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제목을 바꾸었죠. 그리고 “식물과 그들이 정원 스타일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역사를 그림과 사진으로 보기 An illustrated History of Plants and their influence on garden Styles”라는 부제를 답니다. 좀 길긴 하지만 책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하고 있지요.

저자 페넬러피 홉하우스는 서문에서 그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정원 연구의 두 줄기, 즉 식물의 도입과 유용성에 관한 역사와 정원과 정원설계의 역사는 지속적으로 서로 수렴되고 교차해 왔다. 이 책의 목적은 이 둘을 융합시켜 다음 세대에 나타날 정원 식재에 관해 더욱 분명한 그림을 그리고, 설계 이론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식물 도입에 관한 실제 자료들의 전후 관계를 설명하려는 것에 있다.” [9]

책을 읽으신 분은 벌써 느끼셨겠지만 식물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낯선 식물이름이 너무 많이 언급되어 글 읽기가 수월하지 않을 겁니다.

9~13 쪽은 책 전체를 요약한 대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너무 압축되어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1장부터 10장까지 본문을 먼저 읽으신 후 다시 서문을 읽으면 훨씬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본문 읽기 역시 수월하지 않습니다.

책을 번역하다가 저자 홉하우스 여사님을 상대로 이런 혼잣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존경하는 홉하우스 여사님 이렇게 인명, 식물명을 마구 휘두르시면 어떻게 합니까. 당신께서도 한 때는 문외한이었다는 걸 잊으셨나요. 인명, 식물명 뿐 아니라 유럽의 역사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이 백과사전의 도움을 빌어도 파악이 어려울 만큼 역사적 사건과 맥락들을 아무 설명도 주석도 없이 마구 남발하십니다. 이걸 대체 한국의 독자들이 어떻게 이해하라는 건지요. 물론 한국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하지는 않으셨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 번역 총책임을 맡으신 윤상준 박사님을 통해 출판사와 의논하여 챕터별로 해제를 곁들이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 고정희와 함께 1장부터 씨름하러 가실까요?


© 홉하우스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