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좋아하는 곳 – 칼 슈피츠벡 Carl Spitzweg(1808~1885)

글: 고 정 희

그림을 보면서 그 화가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또 있었던가? 칼 슈피츠벡의 그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어떤 사람이었을까? 너무 궁금했다. 이름 높은 명장일수록 그 부신 예술성에 눈이 가려 화가 자신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슈피츠백은 예외다. 그림을 보는 순간 더럭 친근하게 느껴진다. 슈피츠벡의 가장 유명한 그림이 아마도 <가난한 시인>일 것이다. <책벌레>도 만만치 않다.

어느 날 나무 그림을 찾다가 – 사진이 아닌 화가들이 그린 나무들 – 우연히 칼 슈피츠벡이 그린 <내 좋아하는 곳 Der Lieblingsplatz>이라는 그림을 보게 되었다. 보는 순간 절로 웃음이 나왔고 단박에 반해버렸다. 칼 슈피츠벡의 그림은 유머러스하다. 보통 명화 속 인물들이 엄숙하거나 비장하거나 성스럽거나 아름답다면 스피츠백의 인물들은 그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대신 가난한 시인, 책벌레 등 주변에 흔한 보통 사람들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것은 어김없는 작가의 솜씨다. 일부러 포즈를 취한 인물화 내지는 초상화가 아니라 스냅샷처럼 일상의 한 순간을 포착해 묘사한 것이 많다. 큰 배경 속에 사람을 작게 그린 것과 주로 옆모습을 묘사한 것이 또한 특징이다. 풍자적이라 하기에는 인물에 대한 화가의 애정이 너무나 분명하게 담겼다.

슈피츠벡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큰 어려움없이 살았다. 어려서부터 그림 솜씨가 뛰어났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약사가 되었다. 당시에는 약이 모두 식물이었기에 약용식물학을 공부했다. 그래서인지 식물을 남다르게 묘사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일까? 20대 말에 어머니가 작고하면서 유산을 물려받았는데 그때부터 그림만 그렸다. 낮에는 그림을 그리고 저녁엔 시를 썼다. 그의 시 역시 유머에 넘친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면 행복해 지는 건지도 모른다.

커다란 나무 아래 앉아 책 읽는 중년 남자. 그의 포즈가 일품이다. 긴 다리를 의자 밑에 접어 넣고 근시때문인지 그늘져서인지 책을 눈앞에 바짝 대고 읽고 있다. 대체 무슨 책을 읽기에 저리 열중할까? 슬며시 다가가 어깨너머로 엿보고 싶어 진다.

Carl Spitzweg. 내 좋아하는 곳. 1849년 경 작품. 하노버 주립미술관 소장. public domain. 출처: zeno.org/77v085a

 

칼 슈피츠벡의 대표작

 


© 3.SPACE ㅡMAGAZINE / 테마 / 화가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