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후기

독재와 폭력으로 지워진 문명을 애도하며

지난 3월 18일 수요일 강의에서 런던 킹스크로스 젤리코 정원(이슬람 정원)을 소개하면서 정작 중요한 이슬람 정원의 식물 이야기는 못 하고 말았다. ‘향기로운 정원’이라는 뜻의 부스탄Bustan만 언급한 정도에 그쳤다. 킹스크로스 구의 도시재생, 정원에 이름을 선사한 제프리 젤리코 경과 이 정원을 설계한 톰 스튜어트 스미스의 이야기, 두 디자이너의 시공을 초월한 만남, 그리고 왜 이슬람 정원의 양식을 따랐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강의 바로 다음 날, 이란의 시라즈가 공습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시라즈의 공군기지, 미사일·드론 관련 시설, 혁명수비대 거점 등을 폭격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시라즈는 내게 정원의 도시였다. 향기로운 부스탄의 도시. 그런데 거기 공군기지와 혁명수비대 거점이 있었다고? 갑자기 부스탄의 모든 향기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시라즈에 있는 사디의 영묘: © Wikipedia

시라즈는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사디 시라즈의 고향이다. 바로 거기서 사디는 향기로운 정원 부스탄을 아름답게 노래했다. 그의 시집 이름도 부스탄이다.

오래전부터 이슬람 정원에 매료되어 연구해 온 까닭에 과거의 뛰어났던 이슬람 문화가 머릿속에 가득한데, 생각해 보니 지금 젊은 세대가 접한 이슬람 세계는 분쟁과 폭력, 정치적 혼란으로 점철된 세계일 것이라는 자각이 들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이슬람권은 실제로 독재와 폭력의 세상으로 변했고, 서구권과의 갈등이 격화되었다. 여기 베를린에도 이란에서 온 대학생들이 많다. 그들은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감추지 못했다.

21세기 초, 2001년 9·11 사태를 기점으로 증오가 거대한 폭력으로 폭발했고 ‘이슬람 테러’ 담론이 전 세계 미디어 공간을 뒤덮다시피 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탈레반 정권의 재등장,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IS 격변, 2011년 이후의 시리아 내전과 그에 수반된 난민 사태,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과 공격들은, 젊은 세대에게 이슬람 세계를 무엇보다 폭력과 불안정의 이미지로 각인시켰을 것이다. 그 결과 이슬람의 사상·과학·예술·정원 문화가 보여 주었던 풍부한 층위는 가려지고, 이슬람 세계 전체가 곧 ‘테러와 위기의 공간’으로 환원되었을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기에 더욱더 사디의 시, 부스탄이 아쉬워진다.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장미원의 사디


장미원에서 친구에게 장미원에 관한 책을 쓰라고 권하는 사디(오른쪽). 출처: 사디의 책 삽화(1645년경 판본) Public Domain.

나는 지구의 먼 땅들을 오래도록 헤매며,
온갖 사람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상의 구석구석마다 한 가지씩은 깨달음을 얻고,
거둔 곡식마다 이삭 하나는 꼭 따냈다.

그러나 어느 대지에서도 나는
시라즈 사람들만큼 고귀한 민족을 만나지 못했다.
신이여, 이 도시를 지켜 주소서!
내 마음은 그곳의 사람들을 사랑한 나머지
로마도 시리아도 모두 잊었다.

그런데—아, 부끄러움이여! —그 많은 정원의 길을 지나
나는 빈손으로 벗들에게 돌아왔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이집트에서 돌아오는 이는
벗에게 선물할 설탕을 가져오리라.”

비록 내겐 그런 달콤한 선물이 없지만,
대신 이 시들은 설탕이니, 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이들이 종이에 담은 정신의 양식이다.
그들은 가을 폭풍조차 닿지 못하는 숲이며,
하늘 아래 그와 견줄 만한 것은 없다.

그들은 나의 사랑들이 노니는 즐거운 궁전,
이 책을 부스탄Bustan이라 부르리라.

 


하늘의 낙원을 땅에 구현한 이슬람 정원의 식물관

강의 시간에 못다 한 이슬람 정원의 식물 이야기를 여기에 담아 본다. 지난 십여 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슬람 정원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썼는데 그걸 정리해 봤다.

이슬람 정원에서 자라던 식물 역시 문헌과 그림 자료를 통해 소상히 알려져 있는데, 근본적으로 지금의 식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식물들은 그사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사실상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슬림들의 식물관일 것이다. 자연의 모든 요소가 신의 창조물이며 신의 증거이기 때문에 무슬림의 자연관은 종교와 직결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식물과는 특별한 관계를 맺었으며 식물의 치료 기능, 먹을 수 있다는 식용성과 더불어 식물의 형태와 색과 향기의 아름다움과 다양성 등을 면밀히 파악하여 식물학을 독특한 경지에 올려놓았다. 또한 같은 신의 피조물로서 식물과 사람을 늘 비교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특히 문학에서 잘 드러나는 성격으로서 시간이 흐르며 복잡한 식물 상징체계가 형성되었고 여기서 흔히 말하는 꽃말, 즉 ‘식물코드’가 파생되어 나왔다.

 


통치자들이 탐한 식물

한편 통치자들에겐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식물들을 도입하고 재배했느냐는 사실을 자랑하는 것이 정복 전쟁에서의 승리나 통치력을 자랑하는 것만큼 중요했다. 사마르칸트의 티무르 왕이나 무굴제국의 바부르 왕, 악바르 왕 등은 모두 잔인한 정복자였으면서 동시에 식물수집과 정원 조성에 열을 올린 인물들이었다. 이런 사실이 하등의 모순이 아닌 것이 정복한 곳에 정원, 즉 내세의 낙원을 재현해 놓음으로써 비로소 그곳이 이슬람의 영토가 된다는,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제왕들의 입장에서 보면 화려한 정원을 만들 핑계와 정당성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특히 무굴제국의 왕들은 아주 먼 곳으로부터 다채로운 유실수를 도입하여 자신들의 정원에 심었다. 악바르 황제(1556~1605)는 중앙아시아의 사마르칸트에서 사과나무를 들여다 심었는데 기후조건이 달라서 일 년에 9개월은 집중적으로 관수를 해야 했음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선조 후마윤 황제(1530~1540, 1556)는 북쪽의 카슈미르 지방에 심어놓은 오렌지나무 정원들을 시찰하기 위해 해마다 먼 길을 다녀오곤 했다. 왕들의 정원과 식물 집착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자한기르 황제(1605~1627)가 자랑스러운 어조로 기록한 유실수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내 아버지 이전 시대에는 체리가 없었다. 내 신하가 카불에서 가지고 와 심었는데 지금은 열다섯 주로 늘어 해마다 열매를 맺는다. 예전엔 살구 종류도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이 역시 내 신하가 가지고 와서 번식시켜 이제는 엄청 많아졌다. 카슈미르 지방에서 온 살구가 가장 질이 좋다. 내 영토에선 최상급의 배도 생산되고 있는데 카불이나 바다크샨에서 수확한 것보다 맛이 훨씬 좋다. 사마르칸트산의 배와 맞먹을 정도다. 카슈미르산의 사과 역시 맛이 아주 뛰어나다. 다만 구아바만은 품질이 썩 좋지 않다. 포도는 차고 넘치도록 많지만 대부분 맛이 시어서 썩 마땅치 않다. 석류 역시 그리 잘 되는 편이 아니지만 수박만은 최상품이 생산된다. 내 영토에서는 모든 종류의 뽕나무가 자라고 있다.” 

 


식물코드

실용성 · 장식성 · 상징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처음부터 식물의 치료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바로 이 의약학에 아랍권의 국가들과 페르시아, 즉 이란의 자연과학이 기초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의 의술은 매우 뛰어났다. 중세 성기까지 이슬람 의학은 유럽 의학을 훨씬 능가했었다. – 사실 그 시절, 유럽엔 의학이라는 것이 없었다. 질병은 신이 내린 벌이라고 여겼다.

이슬람 학자들은 식물지식을 딱딱한 학문적 용어로 설명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학적으로 표현하곤 했다. 자연의 기적적인 현상들, 식물들의 끝없는 다양함 등을 그들은 우선 창조주의 위대함의 증거라고 설명했으며 모든 피조물에 대한 창조주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중 대표적인 학자가 자카리야 카즈위니는 그의 저서 우주론에서 식물을 묘사한 것이 있다. 13세기의 묘사이니 우리의 동의보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모든 식물을 신과 결부시킨 점이 다르다.

페르시아 석학 자카리야 카즈위니Zakariya al-Qazwini (?~1283)

자카리아 카츠위니는 페르시아 출신의 법률가, 의사, 지리학자, 천문학자였으며 최초의 공상과학 작가이기도 했다.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내려와 방랑하는 한 우주인의 이야기를 쓴 바 있다.  

그가 집필한 우주론은 바로 이런 유형의 문학을 대표하는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정원의 식물들이 생성과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는 현상을 그는 신의 인간에게 최후의 심판에 대한 계시라고 해석했다.

“우리는 말한다: 신의 위대하심은 해마다 변함없이 죽은 땅을 살리시고 마른 시냇물에 물이 흐르게 하며 말라버린 나무에서 녹색의 잎이 나고 붉고 노란 꽃이 피게 하신다. 이렇게 하심은 분간 있는 인간이라면 이를 보고 죽음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하려 하심이다. 알라께서 말씀하시길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보라. 죽은 땅에 생명을 불어넣으시니 그는 진정 죽은 것을 다시 살리시는 분이시며 만물을 지배하신다. (코란 30장 50절. 독일어본에서 고정희 번역)” 카츠위니의 우주론 p. 135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아 이슬람의 식물들은 유용성이나 미학적 관점으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며 모든 것에 종교적 상징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정원 그 자체가 내세의 낙원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이런 양상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자카리아 카츠비니는 식물을 우선 목본과 초본으로 나눴다. 그리고 몇 가지 중요한 나무와 꽃을 묘사했다.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석류나무이고 그다음이 올리브나무 그리고 대추야자의 순이다.

 

석류나무
석류나무를 심을 때는 나무 주변에 도금양을 둘러 심는 것이 좋다. 그러면 열매도 맺고 나무도 튼튼해진다. 석류씨의 색을 빨갛게 하고 싶으면 재를 물에 풀어 뿌리 주변에 뿌려주면 좋다. 신이 허락하신다면 석류의 색이 더욱 붉어질 것이다. 석류나무에는 해충들이 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새들이 둥지를 석류나무 잔가지를 하나씩 물어다 둥지에 넣어둔다. 이븐 시나(아베시나) ‘석류 나뭇가지는 해충을 쫓아내는 효력이 있다. 석류 나뭇가지를 태울 나는 연기도 같은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한 있다. 석류의 즙이 많아지길 원한다면 흠이 나지 않게 손으로 조심스럽게 따서 뜨거운 타르를 고루 묻혀 서늘한 방에서 말리면 좋다. 그러면 즙도 마르지 않고 신선함이 오래 유지된다. 나무에 달린 채로 짚으로 감싸주어도 된다. 석류의 꽃은 붉은색과 흰색이 있다. 이븐시나가 말하기를 석류꽃은 잇몸에 좋다. 잇몸에서 피가 날 쓰면 멎는다고 했다. 열매에 대해선 이븐 압바스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에게 신의 가호가 가득하기를…) 석류는 천국의 물방울로 인해 열매를 맺는다. 또한 모하메드의 사위 알리는 이렇게 말했다. ‘석류는 살을 같이 먹어야 한다. 속에 들어 씨앗은 어떤 것이라도 심장을 강하게 한다. 소화에 좋을 아니라 사십일 간 악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험이 있다.”

 

올리브나무

아테네의 올리브 고목. 올리브나무는 그리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나무이다. © 고정희

올리브나무 역시 코란에서 신이 가치를 걸고 맹세했을 만큼모든 면에서 유용한축복받은 나무이다.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 아담이 몸의 심한 통증을 느꼈을 하나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올리브나무를 내려보내셨다. 가브리엘 천사는 아담에게 나무를 심고 열매를 짜라고 명했으며, 기름은 게코(도마뱀의 일종) 독을 제외한 모든 것의 치료제라고 일컬어졌다.

올리브나무는 없이도 오래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으며, 나무로 만든 땔감이나 기름은 연기가 나지 않는 청결함이 특징이다. 재배 시에는 나무 아래에 점토가 풍부해야 하며, 먼지가 올리브를 덮으면 오히려 기름과 과즙이 더욱 풍부해진다. 열매가 하나씩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뿌리 근처에 잠두를 함께 묻어 뿌리를 강화하는 공법을 쓰기도 한다.

올리브를 오래도록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가열한 타르를 묻혀 서늘한 방에 매달아 두거나, 나무에 달린 채로 마른 풀로 감싸 바람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아비센나(이븐 시나) 올리브의 다양한 효능을 기록했다. 올리브 뿌리는 전갈에 물린 상처를 치유하며, 나무의 수지는 야맹증, 백내장, 피부병 치질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잎을 물에 끓여 안에 뿌리면 파리를 쫓을 있고(!), 올리브나무 수지를 섞은 빵을 이용해 쥐를 잡기도 한다. 물론 정신 건강도 빠질 없다. 올리브유는 담즙의 기운을 없애고 신경을 강화하며, 피로를 풀고 성품을 아름답게 가꾸어 근심을 덜어주는 영적인 힘이 있다고 말한다.”

이슬람 전승에서 아담이 올리브를 심고 기름을 짜는 법을 배운 것은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고 이용하기 시작한 문명적 사건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 그런데 올리브나무는 중동에서만 중요한 나무가 아니다. 지중해권 전역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나무일 것이다.

그리스인들에게도 올리브 재배는 문명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아테네 여신에 얽힌 신화가 이를 증명한다.

아테네 시민들이 수호신을 정하기 위해 포세이돈과 아테네 사이에 경합하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땅에 꽂았을 때 물이 솟구쳤다고도 하는데 바다의 신이니 짠물을 선사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똑똑한 아테네 여신은 올리브나무를 선물했다. 아마도 빠르게 자라 순식간에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브리엘 천사가 그랬던 것처럼 기름 짜는 법을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테네가 아테네가 되었다.

 

대추야자
대추야자는 축복받은 나무이다.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대추야자가 이슬람 지역에서만 자란다는 점이다. 이는 신이 믿는 사람들에게 내리는 선물이다. 예를 들어 아베시니아, 누비아 인도는 기후로 봐서 대추야자가 충분히 열릴 있는 곳이지만 실은 톨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모하메드께서 말씀하시길, “대추야자는 너희들 이모와 같은 존재이니 공경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추야자를 이모라고 하신 까닭은 신이 인간을 만들고 남은 흙으로 대추야자를 빚으셨기 때문이다. 어느 모로 보아도 대추야자는 사람을 닮았다. 우선 직립형으로 자라는 것이며 키도 사람과 거의 비슷하고 다른 수목과는 달리 굽지 않는 점도 그렇다. 아랫부분이 굵은 것도 그렇지만 암수딴그루라는 점도 그렇다. 머리 부분을 자르면 죽는 것도 사람과 닮았다. 대추야자의 윗부분의 심에 이상이 생기면 썩고 만다.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했을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람의 팔다리를 절단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추야자 나무의 가지를 자르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 줄기의 껍질에 섬세한 섬유질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닮았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대추야자와 향나무는 서로 적대관계에 있다고 한다. 대추야자 농장에 때는 향나무로 것은 아무것도 지니고 가면 된다. 서로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예언자 무하메드가 이르기를대추야자는 천국에서 것이다. 그러므로 해독 작용이 있다.”

대추야자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써야 해독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짐작건대 열매를 먹는 것만으로도 해독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대추야자는 우리의 대추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달다. 마치 설탕이나 꿀에 오래 재어둔 것처럼 단맛이 강하다. 그 높은 당도로 인해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므로 북아프리카, 중동 지방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이기도 하다.

 

꽃과 약초

아욱(Malva silvestris) © 고정희

“약초를 보면 아무리 현명한 사람도 할 말을 잃고 아무리 영리한 사람도 혼동한다.” 자카리아 카츠비니의 말이다. 꽃과 약초의 다양함을 보면 무리도 아닌 성싶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오직 신만이 이 모든 꽃들의 진정한 특징을 모두 알고 계신다. 사람이 아무리 지식이 높다고 한들 모르는 것에 비하면 바다 전체와 물방울 하나 정도의 비율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정작 소개한 꽃과 약초는 몇 종 되지 않는다. 이슬람 정원의 중요한 초본류 중에서 온난지대 어디서나 자라는 것은 아네모네, 아욱, 연지수선, 향제비꽃, 프리틸라리아 정도이다.

이 글이 무한정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식물은 별도로 남겨 둔다. 

왕관패모(Fritilaria imperialis) © 고정희

 


피처이미지: 스페인 그라나다의 헤네랄리페 정원, 제프리 젤리코는 이슬람 정원의 혼은 ‘물’이라고 말했다. © 고정희


© 3.SPACE MAGAZINE / 강의 후기 / 런던 킹스크로스 젤리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