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음식물쓰레기를 치우다 죽는다1는 사실을 알고 가장 먼저 든 마음은 분노가 아니라 부끄러움이었다.
그동안 음식물쓰레기(음쓰)는 싱크대에서부터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 그걸 들고 쓰레기장 한 가운데 두고 돌아올 때조차 찝찝함이 남았다.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에 섞여 냄새나고 국물이 뚝뚝 흐르는 광경. 불쾌했지만 그 이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뒤로 그동안 품어왔던 혐오와 비난의 화살은 바로 나 자신에게 향했다. 누군가 내가 버리는 더러운 오물을 치워주면서 목숨이 위태로운 노동을 한다는 걸 알면서도 쓰레기 더미에 내가 몫까지 얹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작은 텃밭을 하고 있던 터라 채소 껄집이나 과일 자투리, 쌀뜨물처럼 ‘좋아 보이는’ 음쓰는 부지런히 재활용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조금 더 책임있게 내 쓰레기를 처리하고 싶었고, 단순히 ‘좋은 쓰레기’에서 ‘썩는 쓰레기’로 범위를 넓히고 싶었다. 그리고 당시 나같은 사람들이 많이 호소하던 ‘기후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을 위해 매뉴얼을 만들고 싶었다.
아파트 주방에서도 만들 수 있는 퇴비

음식물쓰레기의 수분을 조절하면서 모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퇴비가 된다. © 이아롬
한국은 퇴비화하기 쉽지 않은 나라다. 시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거나2 공동주택에 살고, 이는 퇴빗간을 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마당이 없어 가드닝 문화가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탄질비’, ‘수분함유율’와 같은 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경험도 적다.
그렇다면 어딘가에는 실내에서 퇴비화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자신을 ‘연쇄식물 살인마’라 칭하는 왕초보조차 따라하기 쉬운 그런 퇴비방법 말이다.
전 세계의 자료를 뒤져 한국인에게 가장 완벽한 퇴비 만드는 법을 찾아냈다. 바로 보카시콤포스팅Bokashi composting이다. 전용용기에서 유기질을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싱크대 안에 퇴비통을 두고 관리할 수 있어 실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는 안되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과일 껍질, 딱딱한 씨앗을 퇴비통에 잘게 다져 넣고, 아래에 쌓이는 침출수만 주기적으로 빼주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게다가 머리카락, 손톱, 발톱, 휴지까지 넣어도 되는 넉넉함은 쓰레기 문제에 과몰입해 있는 사람에게 가장 완벽한 퇴비였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퇴비를 만드는 데에는 땅이 필요없지만 결국 퇴비는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 BOKASHI COMPOSTING HOW TO
준비물:
퇴비통3 2개 이상, EM(퇴비용 미생물이면 뭐든 가능하고 익숙해지면 없어도 괜찮다),
보카시브랜(밀기울을 발효시킨 것으로 커피박이나 미강가루로 대체 가능하다)
- 퇴비통에 모인 침출수를 유기질의 단면을 3cm 정도로 잘게 잘라줄 수록 퇴비의 향과 질이 좋아진다. 고기나 유제품 등 냄새가 안 좋은 재료를 넣었다면 미생물을 넣고 미강이나 커피박으로 덮어준다.
- 퇴비통이 꽉 차면 2~3일에 한번씩 침출수를 빼주면서 여름에는 1주일, 겨울에는 2주일 정도 발효시킨다. 새로운 음쓰를 넣지 않아야 하니, 다른 퇴비통에 음쓰를 모은다.
- 1~2주일이 지나 발효가 끝난 퇴비를 웃거름으로 주거나 밭을 만들기 전 땅에 묻고 2주 뒤에 작물을 심는다. 퇴비를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라면 퇴빗간에 넣어도 좋다.
- 퇴비로 권하지 않는 재료: 액체, 동물의 대소변, 곰팡이나 병이 든 식물
- 보카시컴포스팅은 최대 1달동안 짧은 시간 발효해 쓰는 퇴비이기 때문에 식물에 해를 줄 것 같은 재료를 넣는 것은 지양한다.
- 퇴비에서 나오는 침출수는 ‘보카시주스’라 부르며, 희석해서 액비로 쓰면 된다.
쓰레기를 위한 정원의 탄생

튤립이 만개한 날의 분해정원. 퇴비통을 품고 있는 키홀정원 구조로 만들고, 풍선초, 까치콩 같은 덩굴식물을 올려 퇴비통을 보호했다. © 이아롬
2021년 초, 나는 우리동네의 최연소 주민자치위원이 되었다. 퇴비를 쓸 땅을 찾고, 함께할 이웃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해 5월 5일, 나 같은 사람을 더 모아 동네 공원 한가운데 공동체 정원을 만들었다. 마침 코로나 때문에 쓸 수 없던 마을 환경개선 예산 덕분에 화단을 만들 벽돌과 흙을 마련할 수 있었고, 공동체 정원을 지원하는 ‘마인드풀가드너스’에서 꽃씨를 지원해줘 화단에 심을 꽃모종도 기를 수 있었다. 꽃을 위한 정원이 아닌 쓰레기를 분해해 순환하기 위해 만든 정원, ‘귤현동분해정원(분해정원)’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분해정원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공부모임을 운영하고, 갓 생긴 정원을 돌보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모두 공동체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일손은 부족한데 조언과 제안만 넘쳐났다. 결국 대부분의 가드닝을 제안자인 나 혼자 떠안게 됐다. 매일 사람들이 미워지고 그만둬야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도 음쓰 퇴비를 먹은 꽃은 묵묵히 자랐다.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 정원인데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틈틈이 소셜미디어와 마을 카페에 공동체정원 활동을 공유하고, 동네에서 환경이 관심 있다는 사람을 만나면 열심히 설득해 회원으로 모셨다. 그렇게 구슬을 꿰듯 사람들을 연결하자 10가구가 더 모였다. 심지어 다른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참여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생업이 바빠 모임에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응원한다며 간판집 사장님이 화단에 둘 안내판을 만들어 주셨고, 동네 어린이가 튤립을 심는 데 후원하고 싶다며 편지와 함께 400원을 기부해주기도 했다. 2022년 초에는 동네 빵집에서 후원해주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우리는 동네 카페에서 소량의 후원금을 지원받으며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박과 빵조각, 과일청을 수거해 함께 퇴비화하고 있다.
어쩌면 쓰레기만으로 지구를 구할지도?!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퇴비를 주고 받는 퇴비 플랫폼, 퇴비클럽 © 농부시장마르쉐
분해정원은 올해로 6년째 유지되며 쓰레기 발생지에서 시민의 실천으로 쓰레기 문제를 직접 새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 해에만 화단을 만드는 비용을 지원 받았을 뿐, 이후에는 동네 카페 후원금만으로도 정원을 자립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정원돌봄은 당번제를 운영하며 특정 개인에게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했다.
그럼에도 운영진은 나를 포함해 단 두명. 참여를 독려하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정원을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큰 헌신을 요구한다. 누군가 무책임한 태도로 제대로 발효하지 않은 퇴비를 잔뜩 붓고 사라져 버리면 뒷일은 운영진이 감당해야 한다. 공원에 퇴빗간을 늘리는 것이 제한적이고, 마을 정원 활동에 큰 시간을 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확장의 걸림돌이다.
이러한 문제는 퇴비를 사는 사람과 만나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만난 것이 ‘농부시장 마르쉐(마르쉐)’다. 마르쉐는 쓰레기 없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종이봉투를 제작해 보급하고, 재사용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집으로 가면 쓰레기가 될 채소의 껍질이나 잎을 다듬어갈 수 있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한 농가가 퇴비로 쓸 수 있을만큼의 양도 나오지 않아 고민했다.
서로의 고민이 맞닿아 2023년부터 ‘유기농펑크X마르쉐 퇴비클럽‘을 시작했다. 퇴비클럽은 마르쉐를 퇴비거점으로 삼아 시장에 출점한 농민과 소비자를 매칭해 퇴비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기획했다.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 소비자는 퇴비 만드는 법을 배우고 농민은 그 퇴비로 기른 채소를 기꺼이 나눈다. 음쓰는 퇴비가 되어 다시 사람을 연결했다.
분해정원과 퇴비클럽에 참여한 사람들은 더이상 음쓰를 혐오하지 않는다.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며 가장 많이 받은 피드백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 보다 편하다”는 것. 헹구거나 잘라서 퇴비통에 넣는 것만으로 끔찍한 냄새를 풍겼던 음쓰가 시큼달달한 향의 퇴비가 된다. 게다가 자주 버리던 음쓰를 한 달에 한 번만 들고 나오면 되니, 훨씬 수월해 진것이다. 더럽다고 생각했던 쓰레기를 관찰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니 주방에서의 노동이 즐거운 루틴이 되었다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무심코 버리던 쓰레기를 퇴비로 바꿨을 뿐인데 우리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집에서 나오는 휴지와 머리카락 종이까지 퇴비화하니 20L 쓰레기봉투가 5L로 줄었다. 후원카페에서도 일반쓰레기로 버리던 커피박을 퇴비로 돌리며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 텃밭과 분해정원에 발효된 음식물쓰레기를 여기저기 묻으니 삽질하기 어려웠던 땅도 많이 부드러워졌고, 지렁이가 많이 늘었다. 쓰레기를 더럽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무력해졌지만 퇴비로 대했을 뿐인데, 어느새 우리는 흙을 돌보고 있었다.
- 음식물 쓰레기 노동자는 왜 1m 저장소에서 참변을 당했나
처음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치우는 노동문제를 알게 해준 글은 아니지만 가장 자세하게 나온 보도라, 해당 인터뷰를 소개한다.
↩ - 2023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전체 가구 중 53.1%가 아파트에 거주한다.
↩ - 밀폐가 되면서 수분을 따로 분리해 제거할 수 있는 퇴비통으로, 이왕이면 밀폐력과 내구성이 좋은 전용 퇴비통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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