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entry is part 7 of 7 in the series 앗! 기후변화
등교거부로 시작한 14세 스웨덴 소녀의 파워가 결국 미국 상원을 움직였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이 지구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왜 화석연료를 계속 쓰는 거지? 왜 불법이 아니지?

10년 전, 스웨덴의 소녀 그레타가 8살의 어린 나이에 품었던 의혹. 거기에 답을 찾다가 어른 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행동에 나선 그레타.

한국에는 때 아니게 홍수,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고 유럽은 여러 달 비가 오지 않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산불 소식이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 같은 것은 없다고 우기던 사람들조차도 조용해졌다.

그리고 미국 상원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8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회보장 기후 투자계획”의 구현을 위해 상원에서 놀랍게도 수천억 달라를 승인한 것이다. 본래 의도했던 것에서 반으로 삭감되었고 51:50으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되었으나 미국의 지금까지 분위기로 보아 상상못했던 승리다. 클린에너지, 그리고 환경정의에 대거 투자할 계획이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을 휩쓴 청소년 기후운동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과연 가능했을까? 금요일이면 학교를 까먹고 시위에 나서는 청소년 기후운동 #FridaysForFuture의 배경에는 그레타 툰베리라는 이름의 작은 소녀가 있다.

그레타는 여덟 살 때 처음으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들었다. 에너지를 아껴야 하니 불을 끄라는 말을 듣고 종이를 아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 것이 우리 사람들이라는 말을 듣는다. 어린 그레타는 생각한다. 사람이 어떻게 기후를 변하게 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매일 그 얘기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큰 일을 티비나 라디오, 신문에서 매일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이 지구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왜 화석연료를 계속 쓰는 거지? 왜 금지 품목이 아니지? 왜 불법이 아니지?

2018년 여름 유럽이 전례없이 덥고 가물었다. 그 여름. 선거를 3주 앞두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 그레타가 나타났다. 기후를 위해 학교에 가지 않겠다라는 뜻의 팻말을 써서 들고 섰다. 종일 서 있었다. 다음 날 지역 신문 일면에 그레타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일주일 뒤 베를린 일간지에도 실렸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걱정은 했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선거가 시작되는 날까지 3주 동안 매일 혼자서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금요일에만 학교에 빠지고 의사당 앞에서 데모를 계속했다.

Fridays for Future(#FridaysForFuture) 움직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해 11월 다른 학생들이 합세했다. 곧 들불처럼 번졌다. 스웨덴 경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작고 조용한 그레타는 의외로 사람의 마을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조리있게 할 말을 하는 것이 전부다. 그 가차없는 진리에 설득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레타는 11세에 소위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중 선택적 함묵증세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필요할 때만 말하는 증세란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말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사람들은 세상을 흑백으로 분명히 나눈다. 옳고 그른 것. 그 중간은 없다. 타협을 할 줄 모른다. 그리고 그러지 않는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한다.

언젠가 그레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저는 정치가가 아닙니다. 사업가도 아닙니다. 그래서 타협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과학자도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행동 뿐입니다. 그래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게임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어려서 품었던 의문,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이 지구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왜 화석연료를 계속 쓰는 거지? ”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 이것이 그녀의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학교에 가서 공부 계속하고 나중에 학자가 되어 기후위기를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어르는 어른들에게 그레타는 또박또박 이렇게 대답한다. “기후위기는 이미 해결되었어요. 학자들이 방법을 다 제시해 주었는데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 뿐입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데모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학자들이 제시한 확실한 해결책이 정책으로 옮겨져야 비로소 범사회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에너지와 종이를 아끼고 고기를 덜 먹는 것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레타와 친구들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환경을 어른들이 말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너희들은 공부나 해! 이렇게 말하는 어른들에게 “앞으로 살 곳이 없어질 텐데 공부를 어디서 하라는 겁니까!” 이렇게 반박한다.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 아이들이다.

3년 전만 해도 환경을 전공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프라이데이포퓨처 운동 함께 하느냐고 물으면 그게 뭔데요? 라는 맹한 대답이 돌아 왔다. 그 사이 한국에도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될수록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신 못 차리는 어른들을 제발 핍박했으면 좋겠다. <고정희>

2018년 12월 당시 15세의 그레타 툰베리가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TED 특별 이벤트에서 왜 등교를 거부하는지 연설하고 있다. 출처: TEDx 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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