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 미로가 있는 열락정원. Lodovico Pozzoserrato (혹은 Lodewijk Toeput, 1550-1604/06) 작. Royal Collection Trust / © Her Majesty Queen Elizabeth II


홉하우스 여사는 위의 그림을 묘사하며, “동심원의 길들과 트렐리스 위의 생울타리로 이루어진 ‘사랑의 미로’를 보여주고 있다. 이 미로는 인생의 여정을 뜻하며, 행운과 불운, 기쁨과 고통을 상징한다. [본문 237쪽 그림 5.6]” 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코포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 (1518-1594) 학파의 그림” 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누가 그렸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다행히 같은 그림이 다른 책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화가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Helena Attlee, Italian gardens. A cultural history, London, F. Lincoln 2006, p. 132))  영국 로얄 컬렉션에 속한 것인데 찰스 II세가 1666년 경에 수집한 그림이라고 합니다.((Royal Palaces, Residences and Art Collection, e-Gallery ))

위의 그림은 로도비코 포초세라토 Lodovico Pozzoserrato (혹은 루도비코라고도 함.) 라는 화가가 1579-1584 사이에 그린 것으로 베네치아의 어느 열락정원 Pleasure Garden을 묘사한 것이랍니다. 홉하우스 여사가 언급한 틴토레토는 르네상스 거장으로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여러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로도비코 포초세라토는 본래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인데 베네치아에서 활동했으므로 이름을 이탈리아 식으로 고쳤습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Lodewijk Toeput라는 네덜란드 식 이름이 뜨기 때문에 조금 혼동이 됩니다. 다행히 로열컬렉션 홈페이지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네요.

포초세라토는 실존하는 정원에 상상을 보태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정원에서 연회하는 장면, 음악회를 열고 연극을 상연하는 장면, 혹은 수렵원에서 사냥하는 장면들을 즐겨 그렸기 때문에 그의 덕에 16세기 정원의 모습과 정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 역시  그 중 하나인데 당시 정원에 미로를 조성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떠돌지만 이렇게 실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드물죠. 자세히 보면 배경에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을 알아볼 수 있다는 데 글쎄…. 그렇다면 대운하 건너편, 녹지가 많은 기우데카 섬에 있던 정원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의 그림 중에 “부자와 거지 나사로” 이야기를 묘사한 것이 있습니다(아래 그림). 그 배경을 보면 당시 유행했던 정원 조성요소를 볼 수 있습니다. 트렐리스를 세우고 덩굴식물을 감아올려 녹색의 수벽을 만들고 입구를 냈으며 둥근 아치형의 녹색 터널을 연속시켜 서늘한 그늘 밑에서 산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르네상스 정원에서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화려하게 식사하는 부자들의 모습이 우선 눈에 들어 옵니다. 자세히 보면 왼쪽 구석에 누더기를 걸친 것도 모자라 얻어맞기까지 하고 있는 걸인도 보입니다. 이렇게 정원을 배경으로 부자와 거지를 대비시켜 놓은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화가의 의중이 매우 궁금해지는 장면입니다.

 

Pozzoserrato_Dives and Lazarus

Pozoserrato의 다른 그림 부자와 나사로. 출처: http://www.wikigallery.org

 

출처:


 

© 홉하우스 읽기 Reading Hob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