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장소에 바른 식물이 사는 정원 만들어주세요. 유지관리는 영리한 정원사가 맡을께요
글 최수정
의류 디자인을 하다가 식물의 힘에 이끌려 정원사가 된 최수정. 식물적용학 강좌에서 온라인으로 처음 만났고 지난 해 독일정원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그의 정원과 식물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8월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열기로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원해 짐을 느꼈다. 아마도 그의 명랑한 목소리, 긍정의 힘, 어린아이 같은 천진성으로 끝없이 감탄하는 모습에 바람도 그만 반해 버렸나 보았다.
최수정이 관리하는 정원은 남다르다. 그의 극진한 사랑과 관심과 탐구의 자세를 먹고 자라는 정원이어서 다르다. 이제는 정원 작가들이 “최수정 샘 같은 정원사 열 명만 양성해 주세요.” 라고 말하게 되었다.
공식적인 정원사 교육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정원사가 되기 위해 힘겹게 걸어 왔다. 식물적용학 토크쇼에서 그가 들려 준 체험담은 감동적이었다. [고정희]
“정원 좀 둘러봐도 되나요?”
“네, 얼마든지요. 들어와서 보셔요!”
정원을 한참 둘러본 부부는 입구정원에서 휴케라Heuchra 묵은 잎을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나에게 슬며시 와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셔요? 저희는 조경설계를 하는 아무개입니다. 우연히 들렸는데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름을 들으니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잉을 하던 조경회사 디자이너 부부였다. 내가 일하는 정원에서 유명한 설계사를 만나게 되어 신기하고 어리둥절했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사진보다 훨씬 정원이 좋은데요, 식물들이 잘 자라고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관리 주기를 얼마만에 한 번씩 하셔요?”
“월 2회정도 관리를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기가 전시공간이다 보니 클라이언트께서 정원도 작품처럼 정원사에게 맡겨주고 있어요. 저는, 이 정원을 조성한 회사가 ‘도심 속 숲 정원’으로 디자인하셔서 그 서식처와 의도에 맞게 정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식물들이 정돈이 되 보이는데 식물종이 엄청 많이 살고 있군요. 저희는 설계해서 정원을 조성해 놓는데요, 한두 해 지나서 가보면 디자인이 다 흐트러져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맞아요! 정원을 조성한 뒤 누가 관리를 하는가에 따라서 1년, 2년이 지나면 딴 정원이 되는 걸 경험했어요. 디자이너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하 그래서 정원관리를 맡게 되면 조성한 조경 디자이너로부터 어떤 컨셉과 의도로 식재 디자인을 하셨는지 여쭤봅니다. 도면과 식물리스트도 받고요, 그 디자인 의도에 맞게 관리를 하려고 해요. 식물들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표님께 전화를 합니다.”
며칠 전 정원에서 만난 조경업계 설계자와 대화를 통해 우리나라 정원산업 현실과 고충을 들으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서식처 기반 숙근초를 활용한 자연주의형 정원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디자인의 의도를 읽고 식생의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정원사를 찾기는 힘든 모양이다.
L작가님께서 몇 달 전에 나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지금부터 선생님 같은 정원사 10명을 키워주세요!” 라는 말에 나는 오지랖일지도 모를 책임감이 느껴졌다.
2021년 나는 식물적용학을 통해 자연주의형 정원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된 사조인지 그 역사를 배웠고 독일의 “바른 장소에 바른 식물” 과학기반 정원철학에 따른 서식처 개념의 정원과 식물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시즌 1, 4강 [식물의 전략적 특성]에서 “자연정원에서는 종자번식 식물과 번짐이 심한 식물을 적용하여 ”식물의 역동성”을 유도한 식재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고정희 박사님의 가르침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 서식처기반 정원과 역동적으로 식물유지하기 둘 다 디자인 컨셉이 될 수 있고 디자인 의도에 따라 정원사가 유지관리 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놀랍게도 ”식물의 역동성”은 “The Dynamic Vision Designing and Maintaining Naturalistic Plant Communities” 로 지난 2023 BUGA 만하임 심포지엄의 주제 이기도 했다. 현재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조경, 정원, 식물계에서 적용하여 위기극복 방법으로 제시된다.) 식물의 변화와 성장, 빛에 반응하는 색의 변화, 식물의 번짐과 번식으로 인한 식물군락의 변화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이론으로 공부한 식물의 역동성을 직접 정원에서 발견하고 유도하고 싶었다. 역동성을 관찰할 마땅한 곳을 찾던 중 우연히 정원관리일을 해 보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정원사일을 하면서 식물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원사일을 하게 되었다.
첫 정원유지관리 일을 했던 곳이 피크닉이었는데 운 좋게도 정원작가님으로부터 직접 정원 컨셉과 디자인의도를 들을 수 있었다. “식물 식재 리스트”와 “조경 도면”을 받아 정원에 심은 나무와 관목 숙근초 등 식물을 공부하고 서식처에 맞는 유지관리를 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정원관리를 맡게 될 때도 도면과 식재 리스트를 요청하고 디자인의도를 파악하여 정원관리를 하고 있다.
올해초 우리나라에 나잇절 더닛의 책 [자연주의 식재디자인] 한국어판이 출판되어 공부를 했는데 저자가 기술한 “여러해살이 풀 유지하기”와 “역동적인 자연주의 식재를 관리하는 법”에 매우 공감이 갔다. 그는 “여러해살이풀 관리 목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최소화하고 1년 내내 아름다운 볼거리를 유지하며,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라고 했는데 그동안 배우고 터득한 정원관리 목표와 방식을 정리해준 것 같아서 반가웠다. 천이과정속에 어떤 식물을 없애고 남기고 옮길지 등은 현장에서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잡초를 구별하고 뽑을 지 말지를 판단하는 개입이 필요하게 될 때도 나는 정원디자이너가 조성하고자 하는 식생군락의 시각적 본질(essence)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할까? 하고 질문해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방식이 나잇절 더닛의 동적관리라는 것을 책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다. 책 176~177쪽에 보면, 정적관리는 올해나 내년이나 똑같은 모습으로 식재를 유지하는 표준적인 조경과 정원을 관리하는 방법이고, 동적관리는 주로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 다시 말해 원하지 않는 종이 우세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동적관리의 주요 목적은 처음 의도한 방향에 따라 식재를 이끌기 위한 개입으로, 다양성과 특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인데 이것은 상당한 지식과 식견이 요구된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상업공간이나, 각 지역 공공공원, 지역구의 도로변이나 아파트등에 다양한 형태와 컨셉의 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다양한 서식처나 디자인 의도에 맞추어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유지관리를 하는 지식과 식견을 갖춘 영리한 정원사들이 우리 식물적용학 학우들 중에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본다. [최수정]
© 3.SPACE MAGAZINE/테마/정원사이야기/최수정/ 2024_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