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entry is part 6 of 7 in the series 베리 공작의 달력

베리 공작의 달력 – 4월

4월, 봄 기운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 우아한 인물들은 누구일까. 4월력의 그림은 베리 공작 기도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중 하나. 화려한 색상 우아한 인물들 덕인 것 같다. 등장인물과 배경의 성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다. 이들의 운명을 보면 좋은 성에서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살았더라도 별로 행복하지는 않았다. 여성들은 전략 결혼의 도구로 일찍 혼인하여 아이를 많이 낳아야 했고 남성들은 백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장의 이슬이 되거나 영국에 포로로 끌려갔다.

약혼식 장면

그림을 주도하는 장면은 신분이 매우 높은 귀족의 약혼 장면이다. 이들이 누구인지에 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베리 공작의 손녀딸 본Bonne von Armagnac과 오를레앙 공작 샤를의 약혼 장면이라는 설이 있는데 오를레앙 공작 샤를은 나중에 영국으로 끌려가 감옥살이를 하며 시를 지어 명성을 떨친다. 약혼때 신부 본은 열한 살의 어린 아이였다.

한편, 그게 아니라 부르봉 공작 장 1세와 베리 공작의 딸 마리아의 약혼이라는 주장도 있다. 부르봉 공작 역시 백년 전쟁 말기에 참전했다가 영국이 최후 승리하면서 포로가 되어 런던으로 끌려갔다가 거기서 죽었다. 그의 아내 마리아의 경우 삼혼이었다. 열 아홉 살에 처음 결혼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었으나 첫 남편이 곧 사망했고 두번째, 세번째 남편 모두 백년 전쟁의 희생이 되었다. 그림 속 화려한 의상이 오히려 애처로워 보인다.

풀밭에 앉아 있는 두 여인은 꽃을 따는 중이라는데 옆에서 약혼을 하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었다기 보다는 그림의 구성 상 그리 표현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Photo. R.M.N. / R.-G. Ojzda

성의 정체

배경의 성에 대해서도 두 가지 의견이 있다. 베리 공작의 소유였던 도르당 성Dourdan이라는 주장과 오를레앙 가문 소유의 피에르퐁 성이라는 설이 맞서고 있다. 실제 성의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에르퐁 성이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약혼식의 주인공도 오를레앙 공작 샤를과 베리공작의 손녀딸 본의 약혼식이라는 쪽으로 손을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중세의 정원

과연 누가 약혼했는지 또는 배경의 성이 어떤 성이었는지 등은 우리에겐 그리 중요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보다 오른쪽에 조금 내다 보이는 정원 장면이 훨씬 흥미롭다. 1400년경 정원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한 정사각형의 구획, 나란히 심은 과일나무 그리고 이스팔리어espalier 혹은 가지시렁이라고 불리는 목재 격자구조를 알아 볼 수 있다.

가지시렁은 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졌는데 이 그림을 보면 그보다 일찍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포도나무, 배나무 등의 유실수를 격자구조에 묶어서 가지가 수평으로 자라게 할 뿐 아니라 벽에 납작하게 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재배하면 공간이 절약될 뿐아니라 가지에 수액이 고루 분포되어 과일의 단맛이 고르다는 주장이다.

프랑스 시골 마을을 다니다 보면 유실수 뿐 아니라 덩굴장미도 같은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 고정희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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