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식물 연구가로 알려진 게오르그 슈바인푸어트 Georg Schweinfurth (1836-1925)가 남긴 말입니다.

그때 무더기로 발견된 고분들은 고대이집트의 문화생활을 이해하는 데 크나큰 역할을 했어. 미라를 뒤덮고 있는 엄청난 양의 꽃장식들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거든. 삼천 년 된 꽃잎을 만지고 분석하는 기분이 어떤줄 알아? ((BGBM 2012, Blütenkränze der Pharaonen))

게오르그 슈바인프어트 Georg Schweinfurth (1836-1925), 독일의 식물학자, 아프리카 식물, 그중에서도 이집트 식물 연구에 생애를 바쳤다.

식물 연구가 슈바인푸어트는 1881년 카이로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7월 6일 왕가의 계곡 근처, 하트셉수트 여왕의 장제전 왼쪽 언덕에 있는 지하 석굴에서 40여구의 파라오의 미라가 한꺼번에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엄청난 소식에 흥분한 그는 발굴 장소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금 DB 320이라고 불리는 왕들의 집단 무덤입니다. 물론 왕들을 처음부터 집단으로 공동묘지에 묻은 것은 아니고 도굴꾼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장시켰던 겁니다. 파라오 시대에 이미 도굴꾼들이 많았다고 하니까요.

이 집단 무덤이 발견 된 덕분에 슈바인푸어트는 꽃다발로 뒤덮인 미라와 식물의 세밀화를 직접 그릴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때 아메노피스 1세, 세토스 1세, 람세스 2세 등의 파라오의 미라가 발견된 외에도 여사제의 미라도 한 구 발견되었는데 상체를 거의 가릴 정도로 겹겹이 걸린 꽃다발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식물의 다양성과 꽃다발의 정교함에 매료되어 슈바인푸어트는 이들을 수집하여 표본을 만들고 종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고학자들, 이집트 학자들은 슈바인푸어트가 옆에서 뭘 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의 관심은 다른 보물에 쏠려 있었으니까요. 슈바인푸어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같은 해에 발표했습니다. 그 덕에 우리들이 지금 고대이집트 장묘문화에 쓰인 식물들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 것이고요.

슈바인푸어트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의 식물을 연구하기 위해 이집트, 예맨, 수단 등 일대를 수 십년동안 이잡듯이 뒤지고 다녔습니다(BGBM 2012, Forschungsreise u. Zeittafel Schweinfurth). 마치 순회 공연하듯 홍해와 나일강 유역을 빙빙 돌면서 한 장소를 계속 다시 찾곤 했다고 합니다. 한 식물이 자라서 번식하고 열매를 맺고 시들어가는 과정을 살피려면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부장식물을 연구한 것이 아닙니다. 본래는 살아 있는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였습니다. 다만 그의 핵심 분야가 이집트이다보니 돌아다니는 길에 발굴 현장을 자주 지나치게 되었던 겁니다. 고고학자들이 발굴된 식물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직접 나섰던 것이죠. 발굴현장에서 나타난 식물들을 주워서 꼼꼼하게 정리하고 표본을 만들어 남겼습니다. 그 덕에 수많은 부장 식물이 사막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수백 점의 식물 표본과 세밀화를 여러 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그중 베를린 식물원 박물관(BGBM)에 가장 많이 기증했기 때문에 베를린 식물원의 박물관은 지금 세계에서 고대 이집트 식물 표본을 가장 많이 소장한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슈바인푸어트의 또 하나의 공적이라면 이집트 학자들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었다는 점입니다. 식물들이 가지는 높은 문화사적 의미를 그들에게 이해시킨 겁니다. 그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고학자, 이집트 학자들 중 발 벗고 나서서 식물과 정원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2011년 쾰른에서 개최된 “이집트의 정원”이라는 전시회도 순전히 이집트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한 것입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정원연구가들을 제외시키는 기현상이 벌어져 버렸습니다. 학자들 간의 영역다툼인지 모르겠네요.

슈바인푸어트가 구제하여 예쁘게 보존한 양귀비꽃. 취리히 박물관 지하실에 오랫동안 잊혀진 상태로 있다가 2012년 우연히 다시 발견되었다. Photo: Doris Fanconi, Tagesanzeiger.ch

2011년 쾰른에서 개최된 이집트 정원 전시회를 위해 투탄카문 왕의 꽃장식을 복원했다. 반은 발견된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 복원: Marina Heilmeyer, Photo: Jürgen Schön. 


참고 자료


© 고정희의 홉하우스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