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트한자 파일럿들이 내일, 12월 4일 오후 23.59분까지 파업을 연장할 것이란다. 올 들어 벌써 아홉 번째 파업하는 중인데 이젠 연장전까지 한단다. 어느 새 파업 습관이 붙은 모양이다.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아나운서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뉴스를 전한다. 이로 인해 1,450건의 비행이 취소되고 승객 십 오만 명에게 피해가 올 것이라고. 표면적으로는 조종사 5,400명의 연금 때문이라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할인 노선을 집중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본사 측 사업계획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그렇게 되면 향후 연금은 물론 임금도 내려갈 것이라고 걱정들 하는 것 같다. 결국 돈 때문일 텐데 별로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다. 많이 버는 것들이 더하다니까.

어쨌거나 그들이 영원히 파업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다. 파업 바이러스가 다른 항공사에게도 전염된다면? 앞으로 비행기가 영영 못 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지구의 기후는 좋아지겠지. 하지만… 한국엔 어떻게 갈 것이며 한국에서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방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뭐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우선 배를 타고 중국 상해까지 가면 반은 다 온 셈이다. 예전 같으면 중국에서 러시아로 가서 거기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야 했겠지만 2012년 10월부터 중국에서 독일까지 트랜스유라시아익 스프레스Trans-Eurasia-Express가 다니니 그걸 타면 된다. 상해, 중경, 북경과 독일의 함부르크, 뒤스부르크, 혹은 뉘른베르크까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23일 밖에 안 걸린다. 게다가 앞으로 노선을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 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기는 하다. 요즘 세상에 중국에서 독일까지 기차를 타고 온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화물차만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안 뜨게 되면 여객차를 운영하지 않을까?

왕복 46일, 체류기간까지 합하면 독일 출장이 앞으로는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다. 비행기가 없다면 회사나 연구원에서도 두 달 정도 출장기간을 주어야 할 것이다. 23일간을 기차에서 보낸다면 그동안 밀렸던 책도 읽고 잠도 실컷 자고 사람들도 사귀고, 참 좋을 것 같다. 저절로 천천히 살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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