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를 잠재우는 방법
글: 고 정 희
파리의 라빌레트공원에서 폴리La Folie(Madness)라 불리는 26개의 선홍색 구조물은 분명 눈에 띄는 요소들이다. 폴리는 본래 영국 풍경정원 시대에 유행했던 것인데 기이한 형상의 장식적 건축물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정원에 세워지는 전통적인 소건축물과는 달리 디자인이 요란하거나 기발한 것을 따로 폴리라고 불렀다. <하릴없는 것들>이라고 해도 좋겠다. 특별한 기능은 없고 뷰포인트에 세워 눈길을 끌거나 때로는 멜랑꼴리한 감성을 자아내는 것이 그 기능의 전부였다. 사실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추미는 이에 기대어 라빌레트공원에 총 26개의 폴리를 디자인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영어 표기 Folly 를 거부하고 La Folie라는 프랑스어를 썼으며 이를 영어로 광기madness라고 역번역했다. 지금의 광기어린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한편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Tschumi 2014: Parc de la Villette, Artifice books on architecture, p. 85
추미의 광기어린 ‘미치광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선홍색의 철판구조물로 지었으며 정연한 격자형 좌표 시스템에 따라 배치하여 제복을 입히고 정렬한 것이 특이하다. 광기를 잠재우려는 방식일지도 모르겠고 스위스 신사 추미의 강박증의 산물일 수도 있다. 격자의 크기는 120미터. 각 폴리는 12 x 12 x 12 m의 큐브형 기본형태를 가지고 모두 3층이다. 이 기본구조를 유지한 채 원형, 나선형 등의 구조물을 추가로 덧붙여 서로 구분했다.
기능없는 영국 풍경정원의 폴리들과 달리 추미의 폴리들은 모두 기능과 역할을 배당 받았다. 매표소로부터, 시계탑, 필하모니 입구, 식당, 영화관, 콘서트홀 카페, 응급실, 전당대 등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각 기능이 설명되어 있다. 라빌레트공원의 광기어린 폴리들은 영국의 공중전화복스나 파리의 메트로 역 입구처럼 확실한 랜드마크이며 공원의 모든 요소들을 서로 묶는 역할을 한다. 유사한 폴리를 반복 배치함으로써 시공 작업이 비교적 쉬웠다고 하며 관리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 3.SPACE MAGAZINE/갤러리/라빌레트공원의 미치광이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