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공작의 호화로운 그림 달력 12월
12월에는 다시 성이 나타난다. 겨울 숲 뒤편으로 솟아 오른 뱅센 성Château de Vincennes의 9개의 탑이 인상적이다. 1340년 11월 30일, 이 성에서 베리 공작이 탄생했다. 뱅센은 파리 동남쪽에 붙어 있는 곳인데 예로부터 깊은 숲으로 뒤덮여 있어 11세기부터 왕들이 사냥터로 썼던 곳이다. 성 루이라고 불렸던 루이 9세가 숲 속에 있던 수렵용 오두막을 헐고 그 자리에 궁전을 지으면서 뱅센 성의 역사가 시작된다.
중세에 뱅센 성은 루브르 성 다음으로 의미가 컸다. 필립 3세의 결혼식이 여기서 열렸고 루이 10세와 샤를 4세는 이 성에서 눈을 감았다. 베리 공작의 큰형 샤를 5세를 위시하여 베리 공작의 형제들이 대부분 여기서 태어났다.
왕족들이 대대로 이곳에서 사냥하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고 한다. 그림 속의 타워들은 중앙의 아성(Donjon) 외에 모두 사라지고 없다. 지금의 뱅센 성의 모습은 중세 때와 확연히 다르다.
12월의 주제는 멧돼지 사냥이다. 중세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은 “몰이사냥”을 즐겼다. 사냥꾼과 사냥개들이 사슴, 멧돼지 등을 몰고 오면, 이미 지친 짐승들을 왕이나 귀족들이 창을 던져 맞췄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꾼 한 명이 뿔피리를 불어 사냥이 끝났음을 알린다.
수고한 사냥개들도 상을 받는데 그림 속에선 마치 멧돼지 한 마리를 다 차지한 것처럼 보이나 이는 의식에 불과하고 실제는 내장을 꺼내 던져 준다. 사냥꾼이 들고 있는 창이 몰이사냥 전용 창이라고 한다.
나무들이 둘러서서 이 장면을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다고 서로 수군대는 것 같다. 겨울임에도 갈색 잎을 잔뜩 달고 있는 것을 보니 참나무류 숲일 것이다.
이 그림을 누가 그렸는가에 관해 전문가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베리 공작 사후에 완성되었고 그림의 높은 수준 – 헐떡거리며 멧돼지에 달려드는 사냥개들이 매우 사실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되었다. -으로 보아 원작자 림부르 형제 시대 이후에 나타난 테크닉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은 “무명의 장인”이 1440년 경에 그렸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Barthélemy d’Eyck의 작품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원작자였던 림부르 형제는 1416년 모두 페스트에 걸려 달력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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