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생태계에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태계에 아무런 부담도 주지 않는다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
– 니코 페히, 성장으로부터의 해방 중에서
소위 말하는 “탈동조화“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성장으로부터의 해방“의 저자 니코 페히 교수의 말이다. 아무리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상품이라도 이들을 생산하려면 에너지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환경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이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해답은 한 가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성장을 포기하자고? 무슨 경악할 소리?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제성장의 당위성을 의심치 않는다. 심지어는 의무라고 믿고 있다. 물론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겠지만 그 한계가 어디이며 과연 언제 멈추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확고한 개념을 가지기는 어렵다. 각자 최소한 내 가계만은 영원토록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페히 교수는 이제 성장의 짐을 벗어놓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한다. 믿고 싶다. 한편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보다 더 실천이 어려워 보인다.
위의 사진은 지난 봄 오랜만에 찾은 베를린 공대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학생 식당 앞에서 모 기업이 나와서 경품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줄을 서서 경품을 받아 든 학생들이 봉투 채로 곧장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 버리고 갈 것을 왜 받았을까? 나눠주니 받아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받긴 받았는데 받고 보니 별 쓸만한 물건도 아닌 듯하고 어쩐지 부담스러웠을까? 그래서 그 부담을 내버리고 간 것일까? 모를 일이다.
성장의 건전한 한계를 넘어서면 쓰레기통이 넘치는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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